국회의원에서부터, 지방자치단체장, 교장 등 이른바 ‘사회지도층’의 성희롱 사건이 연일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7월 한나라당은 소속 초선의원이 ‘성희롱 발언’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자 제명 처리했다. 8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계약직 여직원에 대한 고창군수의 ‘성희롱이 사실’이라는 결정을 했다. 이후 민주당은 고창군수를 당에서 제명했다.
한국 사회에서 성희롱이 국가 정책과 법이 개입해야 할 하나의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여진지 약 15년이 지났다. 국내에서 성희롱이 사회문제화 된 것은 1993년 발생한 소위 S대 신교수 성희롱 사건이었다. 이 사건이 민사소송으로 3심까지 가게 되는 기나긴 과정을 거치면서 그간 용인될 수 있는 일상적 행위로 치부되었던 것들이 불법행위로 판단됐다. 이 과정에서 성희롱이라는 용어가 사회적으로 일반화됐고 19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에 명시됨으로써 법률용어가 됐다.
사회에서 아직도 빈번한 성희롱
‘성희롱’이라는 용어는 미국에서 1974년부터 논의되기 시작한 ‘Sexual Harassment’의 번역어이다. 이는 원하지 않는 성적 행위의 부과라는 의미인데 단순히 지나가는 말에서부터 포옹이나 육체적 접촉, 강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행위들이 모두 포함된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그것이 단순한 성적 욕구에 기초한 행위가 아니라 남녀 간의 권력 불평등과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국제적 동향을 볼 때, 성희롱은 우선, 성차별의 일종으로 다뤄진다. 성희롱을 개인적인 사건, 남녀간의 성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럽고 개인적인 문제로 보는 시각에서 남녀차별로 인식하게 된 것은 커다란 성과이다. 또한 성희롱은 여성에 대한 폭력(인권침해)의 일종으로 다뤄진다. ‘성희롱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던 시대’,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에게 초점이 맞춰지던 시대와 비교해 보면 성희롱 가해자가 ‘응분의 대가’를 치르는 요즈음의 상황은 과거에 비해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사실은 여전히 성희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희롱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으로 계약직 등 사회적 약자이며, 성희롱으로 인해 노동권 침해 등 심각한 피해에 직면한다. 가해자가 ‘응분의 대가’를 치르는 것만으로 피해가 보상되는 것도 아니다.
단순 교육 아닌 효과도 점검해야
성희롱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전예방이다. 최근 여성부가 발표한 ‘2008년도 공공기관 성희롱 방지조치 추진실적 점검결과’에 따르면 성희롱 예방 교육 대상 기관 856개 중에 96%에 이르는 기관에서 연 1회 이상 교육을 실시했다. 중요한 건 단순히 교육을 실시했는가가 아닌 교육이 효과적으로 진행되었는가를 점검하는 것이다. 물론 교육을 받지 않은 것 보다는 백배 낫다. 최근 국회의원의 성희롱 사건이 문제가 된 직후 국회의원들은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성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성희롱예방교육에 국회의원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8·8 내각 내정자 3명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진사퇴했다. 이후 청와대는 보다 강력한 인사검증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자기검증서에는 가족관계에서부터 병역의무 이행, 전과 및 징계, 재산형성 납세, 학력 및 경력, 연구윤리, 직무윤리, 개인 사생활 등 관련 검증항목이 200개나 됐다. 이 중 ‘개인 사생활 관련’ 항목 하나가 눈에 띄었다. ‘성희롱 등 도덕적 문제로 구설수에 오른적이 있습니까?’다. 정형옥 道가족여성연구원 성평등고용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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