볏가리 하나하나 걷힌
논두렁
남은 발자국에
뒹구는
우렁껍질
수레바퀴로 끼는 살얼음
바닥에 지는 햇무리의
下棺
線上에서 운다
첫 기러기떼
가을걷이 끝나고 이제 막 겨울로 들어서는 텅 빈 들녘에서 해가 지는 지평 ‘線上(선상)’을 눈 가늘게 뜨고 바라본 풍경이다. 그 선상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다름 아니며 그 선상에서 이제 막 울며 날아오르는 첫 기러기떼는 한 죽음 알리는 초혼의 곡(哭)이다. 관이 지하 세계로 내려가는 순간, 그러니까, 해가 지평선으로 떨어지며 어둠과 밝음이 교차하는 순간 그 선상에서 문득 날아오르며 우는 저 첫 기러기떼는 이승에서 저승 쪽으로 한 죽음을 보내는 전갈이며 저승에선 한 영혼을 ‘잘 받았다’ 응답하는 외침이다. <이덕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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