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등장 이후 한국을 향해 북한이 여러 가지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언제나 그랬지만 이번에도 일방적이다. 남북항공관제 통신용 직통전화를 복원했고, 6자회담 재개 의사를 밝혔다.
북한은 이에 앞서 김정은의 등장에 발맞춰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벌였고 외신기자들을 대거 초청, 행사를 중계토록 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일의 불쾌한 심기가 그대로 서방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고, 북한 주민들을 다독이는 모습도 감추지 않았다. 전에는 어림없는 일들이 공공연하게 외부로 조금씩이나마 노출되고 있는 것에 대한 평가도 제각각이다.
국내외 언론들은 김정은 시대에도 북한 개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과 김정은이 부각되며 김정일은 퇴진 준비를 하는 것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나름대로 다들 타당하다고 믿는 근거를 들고 있다.
전혀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던 국제 문제가 등장하는 인물에 따라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던 사례를 자주 봤다. 리비아와 남아프리카의 핵무기도 지도자의 아들, 정치동지 등 주변인물이 있었기에 시각을 돌릴 수 있었다. 카다피 리비아 원수가 핵무기를 포기하게 된 주요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 나토 등 서방국가 정보기관의 추적을 완벽하게 따돌릴 수 없었다는 것과 둘째, 영국에서 공부한 아들의 간곡한 권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최고 지도자였던 자신은 식언(食言)할 수 없었지만 다음 지도자에게 그 일을 맡겨 자신의 체면과 조직을 고스란히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을 택했던 것이다.
북한도 그런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우리도 똑같을 순 없겠지만 북한이 유사한 길을 걸을 가능성에 대비해야만 한다.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공부하면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 등 서방정보기관의 능력을 아버지가 아는 것보다도 더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또 북한주민들이 얼마나 어렵게 사는 가를 충분히 감지하고 있을 것이다.
루마니아의 차우세스크가 급격한 개방 직전 몰락하는 과정을 보고 들으면서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꼈을 감정도 빼놓을 수 없다. 신현덕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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