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업, 기상이변에 안전한가

지구촌이 태풍, 한발, 집중호우, 폭설 등 기상이변에 따른 피해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여름 파키스탄과 중국, 미국은 집중호우로 최악의 홍수를 기록했고, 인도차이나반도 국가들은 건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인 폭우와 홍수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갑작스런 기상재해는 한국 농민들도 피해갈 수 없었다. 초속 30∼40m의 강한 태풍(곤파스)이 휩쓸고 지나가 비닐하우스, 축사 등 시설뿐 아니라 과일, 고추 등 밭농사도 초토화됐다. 봄철 이상저온으로 과일농사를 망쳤다고 한탄했었는데 가을에는 태풍까지 겹쳐 농민들은 망연자실한 채 자연재해를 지켜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21세기 과학기술 분야의 트렌드는 ‘저탄소 녹색성장’이다. 현재 세계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이상 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인류의 생존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식량 부족 문제가 있겠으나 지금 우리나라는 우수한 육종기술의 발달과 체계화된 물 관리 시설로 수년째 풍년농사를 이루고 있어 오히려 쌀 소비 장려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정말 행복한 비명이 아닐 수 없다.

 

UN 보고서에 의하면 2025년까지 지구 인구는 약 80억이 될 것이며 전 세계 경지 면적은 매년 0.25%씩 증가하는 반면 인구는 1.55%씩 증가해 전 세계 인구 중 15억명은 하루 1달러 이하의 음식으로 생존하고 하루 3식도 못 먹을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구온난화 효과는 기름에 불 붓는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인류는 이에 대한 범지구적 환경 보존 노력을 기울여 1972년 인간 환경에 대한 국제연합선언, 1992년 지구보존환경 회의, 1997년 도쿄기후협약 등 다양한 국가차원의 규제와 협약을 통해 환경보존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지구 기후가 변하고 환경이 파괴됨에 따라 수많은 생물 종들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증가에 의한 온난화문제, 사막화 등으로 인한 식량 부족문제에 대해 가장 시급하고 효과적인 대안의 하나가 스트레스에 강한 씨앗을 생산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까지 연이은 가뭄과 석유파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절, 일반 벼는 키가 커서 태풍이 불면 쓰러지고, 무더운 날씨에서는 벼멸구 피해가 심해 농사를 망치기 일쑤였다. 식량문제를 해결하려면 수량이 많고 병 저항성이 있는 새로운 품종의 쌀이 필요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통일벼이다. 농촌진흥청에서 1965년 자포니카형 일반벼와 인디카형 남방계통 벼를 교잡해서 만들었다. 통일벼는 일반벼보다 40% 이상의 수량을 얻으면서 녹색혁명의 신화를 이룩했다. 자포니카형 일반벼와 인디카형 남방계통 벼와 같이 신품종 개발의 원료가 되는 종자를 ‘유전자원’이라고 한다. 통일벼와 같은 신품종을 개발하려면 우수한 유전자원을 다양하게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세계 각국의 식량안보와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유전자원 확보경쟁이 가속화되고 종자가 가진 경제적 가치가 커지면서 자원으로서 이를 지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총성 없는 종자전쟁’ 시대가 도래해 정부에서도 종자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종자산업 육성대책의 일환으로 농촌진흥청에서는 2008년 농업유전자원센터를 개소해 전략적으로 유전자원을 수집, 보존하고 있으며 미래 수요를 반영한 천연의약 소재, 기후변화에 대응한 내재해성, 아열대 과수 및 채소 등과 같은 식물 유전자원 및 미생물자원 등의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기후변화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현재와 미래의 농업의 시작은 유전자원이다. 유전자원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자. 

 

마경호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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