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하고 싶은 여성들에게

얼마 전에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 종사하는 직업상담사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였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이하 새일센터)는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여 가사·육아 부담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에게 ‘종합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센터다. 2010년 7월 현재 경기도 11곳을 비롯해 전국에 총 77개소의 새일센터가 지정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필자는 경력단절 여성들이 취업전 받게 되는 직업 교육 및 취업알선에 관한 계획을 수립, 집단 상담을 진행하는 새일센터 직업상담사를 대상으로 한 중급과정의 교육을 진행하였다.

 

새일센터 집단상담프로그램 연구에 참여하면서 초기에 프로그램 안내와 활용을 위한 강의를 진행한 적은 있으나, 현재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는 경험자들을 대상으로 한 중급과정 강의를 실시해야 한다는 사실이 무척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비슷한 상황에 있는 내담자들을 대상으로 집단상담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이들이 진행하면서 겪는 어려움도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들에게 ‘이런 사람 꼭 있다’라는 주제어를 주고 이 순간 집단 상담에 참여했던 사람 중에 딱 떠오르는 사람의 특징을 포스트잇에 적어 붙이게 하였다. 교육 참여자들이 붙여 놓은 포스트잇을 유형별로 나누어보니, 크게 세 가지 정도 유형으로 나눌 수 있었다.

 

첫째는 자기얘기만 하거나 우는 등 진행을 어렵게 하는 유형이다. 둘째는 삐딱한 시선으로 계속 제동을 걸며 진행을 방해하는 유형이다. 셋째는 지나친 취업 기대감을 가진 유형이다. 새일센터 사업대상인 경력단절 여성은 과거에 취업한 적이 있으나, 임신·출산·육아와 가족구성원의 돌봄 등을 이유로 경제활동을 중단하였거나 경제활동을 한 적이 없는 여성 중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이다. 이들은 경력단절을 경험하게 되면서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인식 자체를 하지 못해 지나치게 높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거나 오히려 자신감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집단상담을 진행하는 직업상담사들이 떠올리는 많은 얼굴들은 위와 같은 상황을 안거나 같은 상황이 중첩되어 있는 여성들이다. 새일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업상담사들은 자신감을 상실한 여성들에게는 자신감을, 현실과 동떨어져서 현실 인식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여성들에게는 냉혹한 현실 인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그들의 애로는 거기에서부터 나온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 그리고 그 자리에서부터 시작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모두에게 그렇다. 누구나 조금씩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나름의 핑계를 마음 한 켠에 챙겨두고 현실을 부정하거나 현실을 외면하는 기제로 활용하곤 한다. 그러나 그 현실을 맞닥뜨리지 않고서는 그 현실을 넘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맞닥뜨리는 순간 그것은 나에게 발판이 되고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으며, 그러한 고민 끝에 나온 나의 지향점이 오늘의 나와 조금 더 나은 미래의 나를 조우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한 발을 이끌어 줄 수 있다.

 

‘요새는 여성들도 일하는 추세니까’, ‘아이들도 다 컸고 남편도 자신의 일로 바쁘고 이제는 집안에서 더 이상 나의 존재감을 느낄 수 없으니까’, 또는 ‘경제적인 이유로 일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니까’, ‘남편이 자꾸 나가서 할 일을 찾아보라고 하니까’ 등 실제 여성들이 다시 일하려는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이든 그 시작점은 자신의 상황과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과 기관을 찾아 믿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다. 이미 자신 안에 그 이유가 충분하다면 망설이지 말고 용기 있게 나아가길 바란다. 도와줄 사람들과 기관은 여러분이 그 한 발을 내딛기를 기다리고 있다.

 

최 윤 선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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