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승자
한 숟갈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
무엇을 채울 것인가
밥을 눈물에 말아 먹는다 한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
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한다 해도
나는 오늘의 닭고기를 씹어야 하고
나는 오늘의 눈물을 삼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젠 비유로써 말하지 말자
모든 것은 콘크리트처럼 구체적이고
모든 것은 콘크리트 벽이다
비유가 아니라 주먹이며
주먹의 바스라짐이 있을 뿐
이제 이룰 수 없는 것을 또한 이루려 하지 말며
헛되고 헛됨을 다 이루었다고도 말하지 말며
가거라 사랑인지 사람인지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죽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살아
기다리는 것이다
다만 무참히 꺽여지기 위하여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내 몸을 분질러다오
내 팔과 다리를 꺽어
네 꽃병에 꽂아다오
그대가 들길에서 무심코 꺾어온 그 꽃은 바로 평생 당신을 기다려온 사랑이다. 고독과 담배와 커피와 시 쓰기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그녀, 어느새 만지면 바스라질 듯 바싹 잘 마른. <이덕규 시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