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다가오면 철새들은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가고 텃새들은 겨울 내 살 둥지를 틀기위해 분주히 나뭇가지 등을 물어다 나르며 월동준비를 한다. 새들의 둥지는 부지런한 만큼 포근한 안식처를 이룰 수 있지만 우리네 세상의 서민들은 부지런을 떨어도 집 한칸 마련하기 힘든 것이 슬픈 현실이다.
지난 가을 급작스런 폭우에 수해를 입은 도시의 반지하 가구나 쪽방, 고시촌의 겨울나기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식이다. 겨울이면 불우한 이웃을 조명하는 언론의 유행은 식상하다. 그래도 주인공 소년소녀가장이나 조손가정, 독거노인의 힘겨운 삶은 애틋할 수밖에 없다. 그네들의 가장 큰 설움이자 소망은 무엇일까?
그저 눈치 안보고 한 몸 누울 수 있는 ‘집’이기 십상이다. 그 다음으로 얼어붙은 심신을 녹여줄 난방비일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지금보다 나은 삶을 꿈꾼다. 어려운 말로 복지의 기본권을 희망하는 것이다. 그 중 주거권은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 중 하나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에 속한다. ‘집’은 사람이 다시 일할 수 있는 힘을 충전하는 휴식의 자리이고 자녀를 번성케 하는 토대이며 생명을 유지해주는 ‘신성한 공간’이다. 그러나 주거권보장은 아득하기만 하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집에 대한 생각을 투기가 아닌 주거로 인식을 바꾸자고 목청을 높인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는 주택정책은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는 듯하다.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공공보유주택을 늘리는 것 보다는 보금자리주택에 시민의 눈을 돌려놓은 사이 임대주택 수를 줄여버리고 돈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부동산 시장과 건설업계에 생기가 돈다고 한다. 부동산 투자자들에겐 수익형 투자처로, 건설업자에겐 주차공간과 편의시설에 대한 규제완화로 많은 이익을 보장한다. 그러나 정작 그곳에서 살아야 하는 서민은 주거의 편리성은 둘째로 하고 한 겨울 불우이웃처럼 경제력에 맞는 주거 공간이 생긴 것만으로 마냥 감사하고 살아야하는 것인가? 강경하 인천경실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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