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사회는 심각한 가족해체 현상을 겪은 바 있다.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를 중심으로 가출이나 이혼 등에 따른 가족해체가 2003년까지 계속해서 증가하였고, 2004년 이후 다소 진정되면서 2008년까지 감소하다 2009년 약간 증가하였다.
우리사회에서 이혼에 의한 가족해체는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다문화가족 부부의 이혼에 의한 가족해체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다문화가족의 이혼은 2002년 전체 이혼에서 1.2%(1천744건)를 차지할 정도로 낮았지만, 2006년 4.9%로 증가하더니 2007년 7.0%, 2008년 9.7%, 2009년 9.4%로 크게 증가하였다. 그 결과 다문화가족의 결혼 대비 이혼 비중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2009년 한국인과 외국인의 결혼에 의해서 3만3천300세대가 형성됐지만 이혼으로 해체된 다문화가족이 무려 1만1천692가족으로 35%에 이르며, 특히 한국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이혼이 70% 이상을 차지했다. 다문화가족의 해체에서 발견되는 또 다른 특징은 부부의 동거기간이 평균 3년 미만으로 매우 짧다는 것과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국적 이민자의 가족해체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9년에는 경기도 다문화가족 중 2천500가족 이상이 이혼으로 해체됐는데, 특히 베트남 국적 여성이민자 가족해체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우리의 국제결혼은 국내 결혼시장에서 배우자를 찾지 못하고 결혼 적령기를 넘긴 노총각, 특히 농촌지역 노총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됐고, 이후 도시지역 빈민층이 가세하였다. 그 결과 국제결혼 부부의 연령 차이가 매우 심할 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한 두 번의 만남으로 결혼이 결정되기도 한다. 또 결혼과정에 큰 비용이 소요돼 배우자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의식이 낮은 반면, 남성 중심적 가부장제적 의식은 강한 편이며, 외국인 여성 또한 한국어와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여기에 국제결혼을 선택하는 한국 남성의 경제적 빈곤은 본국의 ‘경제적 빈곤’을 벗어날 목적에서 국제결혼을 선택한 외국인 여성에게 좌절과 실망을 안겨주기도 한다.
특히 해체된 다문화가족의 자녀들은 국내 일반가족 해체에 따른 자녀들에 비해 그 충격이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우리사회의 내적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가 초래한 다문화가족이 계속해서 해체된다면 향후 우리사회가 부담하게 될 사후적 사회비용은 막대하게 증가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다문화가족의 해체에 대한 심각성에 깊은 관심을 갖고 다문화가족의 해체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성찰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남성의 경우 자신에게 ‘적합한’ 배우자를 선택하고, 존중하며, 배우자 가족과 국가에 대한 이해와 평등한 부부의 행복한 결혼생활 등에 대한 사전교육이 강화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외국인 여성의 경우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므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외국인 여성은 부부생활에서 겪게 되는 부당한 대우나 어려움 등에 대해 외부 도움을 받지 못하며, 그 결과 초기에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가벼운 문제가 심각하게 발전하여 가족이 해체되는 비극에 이르기도 한다. 따라서 다문화가족의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지원이 결혼생활 초기에 제공돼야 하며, 특히 이들 가족이 겪는 어려움을 상담할 수 있는 지역기관(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역할을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해체된 다문화가족, 특히 그 자녀에 대한 관심과 사회적 지원체계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박재규 道가족여성연구원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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