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치가 배워야 할 道의 대타협

지난 8일 국회에서 새해 예산이 여야의 대치 속에 다수를 장악한 여당의 물리력에 의해 날치기 통과되었다. 여당은 의도한대로 예산을 편성해 회기 내 통과시켰고 각종 법안을 끼워 넣기 식으로 함께 처리해 부수적인 목적까지 달성했지만 이에 반발한 야당은 거리로 나가 국민과 함께 대여 선전포고를 했다. 그러나 날치기 통과의 후유증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 간의 네 탓 공방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급기야 여당의 정책위 의장이 책임을 뒤집어쓰고 사퇴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템플스테이 예산 실종에 대한 불교계의 반발도 예사롭지 않다. 이번 예산안 통과의 승리자가 뒤바뀔 수 도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경기도에서도 중앙정치의 병폐가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경기도에 드리운 먹구름은 지난 15일 경기도 의회와 경기도가 상생의 지혜를 도출함으로써 해소됐다. 민주당이 장악한 경기도 의회는 도교육청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초등학생 무상급식 예산이 내년도 예산에 반영되지 않자 경기도가 추진하는 각종 역점사업 예산을 삭감하려 했다. 이렇게 될 경우 도를 지지하는 소수당인 한나라당과 도의회 다수를 장악한 민주당 간의 물리적 폭력사태가 예견되었다. 그러나 도가 대승적 자세로 관점을 바꿔 민주당의 무상급식안을 친환경급식이라는 명분으로 전격 수용하여 400억원을 배정함으로써 대타협을 이루어냈다.

 

초등학생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부자의 자녀들에게까지 혜택을 베풀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출발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경제력 차이로 인한 학생들 간 위화감을 없애고 아동급식의 보편적 수혜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친환경급식’과 ‘무상급식’은 용어만 다르지 결국 학기 중 초등학생들의 급식을 해결한다는 결과에서는 같다. 친환경 급식의 확대를 통해 경기도내 농가의 소득이 증대되는 것은 물론 학생들은 신선한 재료로 조리되는 급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여러 나라들과의 자유무역협정체결로 판로확보가 쉽지 않은 우리 농업에도 하나의 출로를 제시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경기도가 사실상 무상급식을 수용함으로써 경기도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도 큰 예산삭감 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경기도의 새해 예산안 대타협은 서로가 윈-윈 하고 상생하는 지혜를 짜낸 데서 가능했다. 매듭은 도지사가 풀었으며 이에 대한 화답으로 도의회는 경기도가 추진하는 사업을 승인해준 것이다. 정치에서 완전한 승자란 있을 수 없다. 내 것은 다 챙기고 네 것은 없다는 식의 제로-섬적 사고방식으로는 정치발전도 정치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국리민복도 기대할 수 없다. 지방정치는 풀뿌리민주주의의 학습장이고 향후 중앙정치로 도약하고자 하는 정치선량들의 디딤돌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난번 국회의 난투극과 경기도의 예산안 처리과정을 보면 정치의 무대가 크다고 해서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의 정치적 수준이나 역량도 크지는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이젠 중앙정치가 지방정치로부터 타협과 관용, 그리고 인내라는 민주주의의 덕목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도와 도의회의 대타협은 그만큼 경기도가 갖고 있는 민주적 잠재역량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도 경기도와 경기도 의회는 도민의 기대, 나아가 경기도를 바라보는 전체 대한민국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김주환 경기대 교수·정치학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