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나폴레옹의 왕비 조세핀은 장미꽃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고 한다. 나폴레옹이 영국군과 전쟁을 하면서도 조세핀에게 희귀한 장미꽃을 선사하기 위해 정원사를 유럽대륙으로 파견했을 정도니 말이다.

 

이처럼 장미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있었던 나폴레옹과 조세핀은 1797년 봄 룩셈부르크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하면서 학교장에게 장미꽃 한다발을 선물했다.

 

나폴레옹은 더 나아가 프랑스가 존재하는 한 매년 이 학교에 장미꽃을 보내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에 룩셈부르크 정부는 1984년 프랑스에 장미꽃 약속을 이야기 하며 원금과 이자를 합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프랑스 정부는 비싼 비용을 지불할 수도 없고 나폴레옹의 명예가 걸린 일인 만큼 지불을 안할 수도 없어 난감했다. 결국 룩셈부르크 정부에 사과의 편지를 보내면서 장미꽃 사건은 일단락됐다.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결혼식은 결혼행진곡과 함께 신랑, 신부가 입장하고 상견례를 한 다음 주례에 의해 신랑, 신부가 백년해로를 다짐한다. 예식은 주례의 축하와 당부의 말로 끝난다.

 

주례는 신랑 신부의 은사나 존경해오던 명사 등이 맡아 온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결혼식장에 소속된 전문주례인이 등장하는 등 전문직화 됐다. 이들 또한 교수나 지역유지, 퇴직한 고위 공무원 등이 대부분이지만 신랑신부를 제대로 아는 경우는 드물다. 이처럼 신랑 신부와 전혀 알지 못하는 주례가 늘면서 하객들 또한 뻔한 스토리의 주례사에 흥미를 잃는 경우가 늘고 있다.

 

얼마전 주례 없는 결혼식을 본 적이 있다. 생소한 면도 있었지만 분위기 만큼은 일반적인 결혼식보다 더욱 진지했다.

 

신랑과 신부가 하객들 앞에서 서로에게 밝히는 혼인서약과 공약이 재미있기도 하면서 아름다웠다. 또 결혼과정에 대한 이야기와 신랑 신부 부모님의 인사말씀 등은 결혼식장을 찾은 하객이나 결혼당사자 모두에게 기억에 남는 결혼식을 선사했다.

 

단순히 주례사가 읽어준 혼인서약에 큰 목소리로 ‘네’ 라고 간단히 대답하는 것보다 신랑 신부가 서로에게, 부모님에게 잘 살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국민의 성금으로 마련된 재원을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관리·운용하기 위해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인 공동모금회가 성금 유용 등 각종 비위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것이다. 국민과의 약속이 무너지면서 연말 불우이웃을 돕던 국민의 온정이 줄어들고 여러 구호·자선단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도 개인이 소액기부를 철회하거나 기업들이 기부를 줄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연말연시를 맞는 저소득층, 독거노인 등에 대한 지원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공동모금회는 보여주기식 변화에서 탈피, 설립 취지를 명확히 인식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에게 빠르게 다가가야 한다. 환골탈태를 통해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주기 바란다.

 

연말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모두가 올해 초에 세운 자신과의 약속을 이행했는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작심삼일로 끝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름대로 약속을 지켜낸 개인, 기업, 단체도 있을 것이다. 올해는 못 지켰더라도 2011년 한해 꼭 이것만은 이루겠다는 약속을 자신과 한번 세워보는 것은 어떨는지.

정근호 사회부장 ghjun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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