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전 모 TV방송국에서 ‘코난의 시대’란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1980년대 국내 TV에서 방영되었던 ‘미래소년 코난’이란 애니메이션에서 모티브를 따와 에너지, 환경, 식량 등의 위기상황 속에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내용이었다. 이 프로에서 특히 주목되었던 부분은 도시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외국의 도시농업(urban agriculture) 사례들을 제시했던 점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농업활동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되었다.
도시농업은 인류의 역사와 맥을 같이하는 오랜 역사를 지닌 농업의 형태이다. 고대 세계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꼽혔던 바빌로니아의 공중정원 등 인류 초기 농업 형태가 바로 주거공간 인근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넓은 의미의 도시농업이었다. 하지만 산업화, 도시 과밀화 등의 영향으로 어느 순간부터 도시와 농업의 분리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하지만 도시와 농업이 분리되는 과정에서 회색으로 채워진 도시는 환경오염, 주민 정서의 메마름 등 많은 문제점을 발생시켰다.
이런 도시화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역설적으로 도시공간으로 다시 농업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도시화, 산업화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에서는 도시농업이란 개념이 최근 들어 시작된 데 반해 우리보다 먼저 이러한 과정을 거친 서구에서는 영국의 얼로트먼트(allotment), 독일의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 등 다양한 형태로 도시민의 생활 속에 폭넓게 뿌리내리고 있다.
도시민이 함께 즐기는 농업으로서 그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모든 농업활동이 바로 도시농업이다. 상자텃밭, 학습농원, 체험농원을 비롯해 베란다농원과 벽면농업, 옥상농원 뿐만 아니라 도농교류와 직거래 등 활동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농업활동은 먹고 보고 느끼는 사람 중심의 생산적인 여가활동이다. 도시민들이 직접 농작물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농업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자녀들에게 생명의 신비를 가르치고, 직접 재배한 농작물을 이웃과 나누며 단절되었던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다. 아울러 삭막한 도시환경 속에 조성된 녹색의 공간은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는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의식주 등 근본적인 욕구가 충족된 현대인은 생활의 즐거움을 추구한다. 억지로 하는 노동은 고통만을 안겨주는데 반하여 자발적으로 하는 일은 즐거움과 성취감을 준다. 도시농업 저변확대를 위해서는 농업활동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도시농업의 새로운 모델로 도시락(樂) 농업을 제안해 본다. 자녀들과 함께 심은 모종에서 채소와 과일을 수확해 바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대화가 단절된 세대간에 공통적인 대화 주제를 만들어주는 일련의 과정을 모델화하고 이를 놀이와 연계하여 농업활동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인지역은 좁은 면적에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넘는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도시락농업의 모델을 적용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을 가진 곳이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와 민간이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도심농업공원, 도시농부학교 등 기반시설을 조성하여 시민들의 생활공간 속으로 농업이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절실히 필요하다. 도시민들이여, 농업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 우리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가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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