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바람, 성숙

어느 대학교수가 학생들에게 물었다. “사내는 알코올 중독자로 가구를 내다 팔아 술을 마시고, 술 마실 돈이 없으면 아내를 두들겨 패면서 돈을 만들어 오라고 한다. 게다가 그런 일을 당하는 아내는 폐결핵에 걸려 콜록거린다. 그들은 셋방살이 형편이다. 그런데 아내가 임신을 했다. 여러분들에게 묻겠는데 이 태아를 어떻게 해야 할까?” 학생 하나가 재빠르게 손을 들고 일어서서 단호하게 대답했다. “낙태시켜야 합니다.” 대학교수가 말했다. “자네는 방금 베토벤을 죽였네.” 베토벤을 낳은 어머니는 그가 어렸을 때 지병인 폐결핵으로 죽었다. 그는 11살 때부터 극장을 돌며 구걸 예술을 해야만했고 서른 살 때는 청각을 잃었다. 그의 음악은 대부분 끝부분에 가서는 환희를 노래한다. 그의 고백대로 ‘괴로움을 뚫고 나가서 기쁨을 발견’한 것이다.

 

오늘 우리는 다소 힘들었던 한 해를 보내고 희망의 새해를 맞이했다. 새해 아침 사람마다 새해의 소망을 가슴에 담고 금년에는 좋은 일만 있기를 빌어본다. 그러나 시련과 고난이란 불청객은 올해도 우리들의 삶의 현장을 지나치기를 거절할지도 모른다. 고난을 불행으로 여기지 않는 유연한 삶의 자세와 시련이 삶을 성숙시키는 기회로 알고 시련 자체를 즐기는 여유로움으로, 조약돌 사이를 흐르는 시냇물처럼 돌을 탓하지 아니하며 오히려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어 내는 삶이 되었으면 한다.

 

옛말에 ‘젊은 자의 자식보다 늙은 자의 마소(馬牛)가 더 호강한다’는 말이 있다. 젊을 때는 사람보다 일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지만 나이가 들면 일 보다는 사람이 더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 대하는 태도가 바르고 정중하면 ‘그 사람 참 젊잖다’ 다시 말해 ‘젊지 않다’라는 말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고생은 사람을 철들게 한다’란 말이 있다. 고난의 세월이 우리를 모질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는 자와 함께 울고 웃는 자와 함께 웃어주는 자로 만들어 성숙하게 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려는 몸부림에서 시련이 우리에게 준 선물인 성숙함으로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고 존중하는 편안함으로, 서로 존중하고 같이 존중받는 살맛나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김영수 안산다문화가족 행복나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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