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만져보는 거야
네 입술을
네 입술의 까슬함과 도드라짐
한숨과 웃음
만져보는 거야
만져보는 거야
네 귀, 콧망울과 콧등, 눈두덩
까슬함과 보드라움
헤아리지 않아
그냥 만져보는 거야
네 가슴
네 등, 네 엉덩이
허벅지와 발꿈치
만져보면서 가는 거야
경쾌한 촉각의 향연이다. 단순하지만 구체적이다. 삶이, 만져진다. 심지어 웃음소리도 만져진다. 한숨 소리에 다달아서는 담쟁이 손끝도 풀이 죽어 시들해졌으리라. 쓰다듬는다. 위무한다. 애무한다. 먼 산을 보거나 TV를 보거나 시선은 딴 곳에 가 있으면서도 곁에 앉아 있는 당신을 끝없이 만지고 쓰다듬는 손은 매끄럽고 아름답다. 사람들은 오감(五感)을 가지고도 늘 의견이 분분하고 엇갈리는데 담쟁이는 촉각 하나만으로도 저토록 푸르고 명징하게 뻗어간다. 일생을 담 쌓고 사는 깎아지른 절벽의 마음에 푸른 실로 수를 놓는 담쟁이는 세상에서 제일 부드럽고 예쁜 손을 가졌다. <이덕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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