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 문인수

詩가 있는 아침

곤충채집할 때였다

 

물잠자리, 길앞잡이가 길을 내는 것이었다

 

그 길에 취해가면 오릿길 안 쪽에

 

내 하나 고개 하나 있다

 

고개 아래 뻐꾹뻐꾹 마을이 나온다

 

그렇게 어느 날 장갓마을까지 간 적 있다

 

장갓마을엔 누님이

 

날 업어 키운 누님이 시집살이하고 있었는데

 

삶은 강냉이랑 실컷 얻어먹고

 

집에 와서 으스대며 마구 자랑했다

 

전화도 없던 시절,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느그 누부야 눈에 눈물 빼러 갔더냐며

 

어머니한테 몽당빗자루로 맞았다

 

다시는 그런 길

 

그리움이 내는 길 가보지 못했다

 

물잠자리는 어떻게 알았을까. 어린 시인이 누부야 보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알아차리고 너울너울 그 곳 등성이까지 길 일러주었을까. ‘나비가 삐뚤빼뚤 날아도 꽃을 찾아 앉는’ 것처럼 미물(微物)이 가는 길을 따라가 보면 거기, 어떤 향기가 있다. 그러니 꽃 같은 새색시 누부야는 업어 키운 어린 동생이 콧물 땟물 꾀죄죄해서 나타난 걸 보고 보고 얼마나 기막혔을라나. 시댁식구 눈치 볼 틈도 없이 이것저것 배불리 먹여 보내며 잘 가거라, 손 흔들어주었으리라. 그렇다. 어느 한때 우리는 가슴 속에 저 물잠자리 한 마리쯤 품어 부화시킨 적이 있다. 그리고 저마다의 가슴 속에서 한순간 포르르 날아오른 물잠자리 한 마리가 인도하는 길, 그리움이 내는 길, 엎어지고 자빠지며 따라간 적이 있었다. <이덕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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