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정치논리 중단하라

하이에나의 계절이 돌아왔다.

 

몸체가 큰 육식동물들이 먹다 남긴 썩은 고기를 먹어치우는 하이에나. 밤낮을 가리지 않고 먹이만 있으면 먼 초원을 마다하지 않고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의 습성이 꼭 정치인의 모습이다. 표를 찾아 이슈가 있으면 몰려다니는 행태가 그렇다는 것이다. 표를 얻어야 하는 것은 정치인의 숙명이다. 이러다 보니 표와 연관되면 앞뒤를 가리지 않는다.

 

새해벽두부터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내년 총선이 있고 잇따라 대선이 있다. 정치권 뉴스의 핵심은 총선과 대권도전자들의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이들 정치인들은 먹이감의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는다. 공천이 곧 당선이 되는 특정지역 정치인들은 당의 눈치보기에 혈안이다. 때로는 당의 명령을 받아 총대를 메고 국회진입 선봉에 서서 넘어지고 얻어 맞아 당의 공신으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또다른 정치인들은 줄을 서 보스에 대해 끝없는 용비어천가를 부르고 또 잘했다고 전화까지 받는다. 한국정치의 끝없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사회를 달구고 있는 복지문제도 그렇다. 지난해 치러진 6·2지방선거 결과는 이들 정치인들에는 좋은 본보기가 됐다. 무상급식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던 야당이 압승을 거두고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으로 여겼던 여당에게는 재앙이 됐다. 그러니 다음 선거는 소위 약발이 더 먹히는 이슈가 필요하다. 무상교육에 무상의료까지 나오고 있다. 참 좋은 세상이다. 어쩜 무상 주거에 무상 생활까지 갈수도 있다. 이들에게 재원문제는 표를 얻어 선거에 압승한 이후의 이야기다.

 

경기도가 유치운동에 들어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문제도 그렇다. 어느 지역에 입지가 선정되느냐에 따라 이 운동을 주도한 사람은 그 지역으로부터 많은 표를 받을 수 있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대권에 꿈을 가지고 있는 한나라당 일부 최고위원들은 충청권 표를 의식해 충청권 입지를 강도높게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유치운동에 나선 호남과 경북지역의 의원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는 표를 위해서라도 과학벨트를 쪼개서라도 나눠달라고 조르고 있다. 과학벨트가 어떻게 한국의 미래를 책임져 줄지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표에 도움만 되면 그만이다.

 

그런데 경기도 정치인들은 조용하다. 표가 필요할텐데 말이 없다. 이들의 침묵을 긍정적으로 보면 정부가 절차를 거쳐 합리적인 방법으로 선정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현재의 분위기로서는 당움직임에 반하는 발언이 두렵거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경우 따라야 하는 책임 등이 걱정스러워 애써 외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애써 나서달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비정상적인 정치논리에 경기도가 피해자가 되지 않아야 하고, 국가의 미래가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하는 의무는 있다는 이야기다.

 

경기도가 유치운동을 벌이고 있는 과학벨트는 기초원천연구·비즈니스·국제적 정주환경을 갖춘 ‘글로벌 과학비즈니스 도시’를 조성하는 국책사업이다. 투자되는 금액만 7년간 3조5천억원에 이른다. 그야말로 지역의 미래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사업이다. 객관적으로 경기도는 집적에 따른 연구성과의 극대화와 우수한 연구인력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타지역보다 입지조건이 우위에 있다. 그래서 이번 문제가 표를 의식한 정치논리로 결정되는 것이 우려스럽다. 신청서 접수도 받기 전에 정치인들이 나서 국책사업 자체를 표로만 여기는 하이이에나의 습성이 우려스러운 것이다.  최종식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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