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반탑 - 복효근

詩가 있는 아침

탑이 춤추듯 걸어가네

 

5층탑이네

 

좁은 시장 골목을

 

배달나가는 김씨 아줌마 머리에 얹혀

 

쟁반이 탑을 이루었네

 

아슬아슬 무너질 듯

 

양은 쟁반 옥개석 아래

 

사리합 같은 스텐 그릇엔 하얀 쌀밥이 사리로 담겨서

 

저 아니 석가탑이겠는가

 

다보탑이겠는가

 

한 층씩 헐어서 밥을 먹으면

 

밥 먹은 시장 사람들 부처만 같아서

 

싸는 똥도 향그런

 

탑만 같겠네

 

식당 아줌마가 땀을 뻘뻘 흘리며 무슨 염원처럼 켜켜이 쌓아올린 쟁반을 이고 좁은 골목길을 헤치며 간다. 저런 밥상을 받아들 자격은 아무에게나 있는 게 아니다. 그 밥 먹고 노는 사람 하나 없는, 밥 먹으러 갈 시간이 없는 시장 사람들이야말로 생불이다. 눈코 뜰 새 없는 생불들에게 나눠줄 공양을 머리에 이고 나르는 아줌마는 쟁반 탑신을 떠받치고 걸어다니는 연화대이다. 그렇다, 저자에 道(도)가 있다. 거기 어디쯤 공중변소에 소복이 차오르는 똥탑! 그것이 우리네 먹고사는 문제의 결론이다.

 

<이덕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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