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책방거리를 함께 보고 왔습니다

2011년 새해에 들어서자 마자 파주출판도시의 출판인들과 함께 도쿄 진보초 간다 책방거리를 보고 왔습니다. 문화관광부·경기도·파주시의 출판정책 담당자들도 함께 했습니다. 파주출판도시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출판도시 책방거리를 어떻게 꾸밀 것인가. 파주출판도시가 지금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간다 책방거리를 살펴보면서 우리는 함께 토론했습니다.

 

120년 전 메이지유신 때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간다 책방거리는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귀중한 문화유산일 것입니다. 산세이도·쇼텐 등 큰 신간서점도 여럿 있지만 진보초에는 170여개의 고서점이 있다고 합니다. 일본 전국에는 현재 2천200여개의 고서점이 있고, 도쿄에 660여개의 고서점이 있습니다. 세계의 애서가들이나 애독자들은 이곳 진보초 고서점들을 살펴보고 진귀한 책들을 구입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습니다. 가을에 열리는 진보초 고서축제는 참으로 아름다운 책의 유토피아를 연출해냅니다.

 

120년 역사 서점가 귀한 문화유산

 

저도 이곳을 출입한 지 30여년이 넘었습니다. 책의 향기, 책의 미학을 찾아나서는 여정은 책을 만들면 만들수록 더욱 즐겁습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한 권의 책의 의미와 역량을 새롭게 발견합니다. 신간은 신간대로, 고서는 고서대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책들은 스스로의 가치와 당위적 논리를 갖고 있습니다. 책 속에 나 스스로를 침몰시키는 일이란 황홀경 그것입니다.

 

우리는 고서조합으로 가서 책에 대해 대화했습니다.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처럼 회원사·회원들이 참여하는 ‘고서옥션’이 주제를 달리하면서 진행됩니다. 월요일에는 만화, 화요일에는 양서들이 거래됩니다. 온라인으로도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데, 630만권의 고서목록이 조합의 온라인에 올라 있습니다. 이 사이트에는 한국어·중국어·영어로도 주문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1902년에 문을 연 기타자와서점을 방문했습니다. 영어고서들로 가득찬 기타자와서점은 현재 창립자 기타자와 야사부로 씨의 손자인 기타자와 이치로 씨가 경영하고 있는데, 저와 참 친하게 지내는 서점인입니다. 제가 지금 컬렉션하고 있는 고서들 가운데 상당수를 기타자와를 통해 구했습니다. 이치로 씨는 지금 한국유학생을 선생님으로 모시고 열심히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막내 여동생 요시코 씨는 더 일찍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마린바 연주자인 큰 여동생 에미코 씨는 이런저런 연유로 예술마을 헤이리의 북하우스 아트홀에서 5년 전에 콘서트를 연 적도 있습니다. 책으로 만들어지는 관계와 우정이라고 하겠지요.

 

우리 일행은 일본의 책과 문화 현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파주출판도시의 ‘책방거리’와 ‘파주북엑스포’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문제의식과 당위성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제대로 한번 해보자면서 손을 맞잡았습니다.

 

‘파주북엑스포’에 그 가치 오롯이

 

출판문화는 우리들 삶의 모든 장르와 연관됩니다. 개인과 공공의 삶의 정신적·사상적 기초이자 국가·사회 발전의 실천적 전략입니다. 이상적인 정치·경제·문화·국제·과학·교육·예술의 출발점이자 귀결점입니다.

 

우리의 이번 도쿄 여행은 책과 책의 문화를 찾아나서는 기회였지만, 사실은 우리들 삶의 전체적 구성과 전략을 모색하고 구상하는 기회였습니다. 파주출판도시와 출판도시의 책방거리, 파주북엑스포는 사실 우리 국가·사회 전체의 철학과 방향을 반듯하게 수립하고 그 수준을 끌어 올리는 일의 일환입니다.

 

여행이란 새로운 에너지를 우리들에게 공급해줍니다. 일본에서 돌아온 뒤 우리는 보다 구체적이고 보다 조직적으로 책방거리 일과 북엑스포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고품격 브랜드의 하나로 ‘파주출판도시’를 우리 함께 헌신해서 만들자는 다짐을 하면서 말입니다. 함께 해야 신명납니다. 함께 손잡아야 일이 제대로 진행됩니다.  김언호 도서출판 한길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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