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고교평준화인가?

어느 중학생의 인터뷰 글에서 한 여학생이 시험기간에는 평소에 잘 보지 않던 ‘100분토론도 재밌다’고 해서 웃은 적이 있다. 시험기간에 온몸이 긴장되고 예민해져서 귀신까지 보였다고 한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딱딱한 어른들 시사프로가 재미있고, 얼마나 우울하고 힘들었으면 귀신이 보이는 공포심이 생겼을까?

 

이는 우리 주위의 평범한 아이들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전국의 3천여개 중학교 중 고교입시를 치러야하는 2천여개 중학교 학생들에게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경기도와 강원도 6개 도시의 2012년부터의 고교평준화가 교과부의 발표로 무산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평준화나 비평준화나 장단점이 있겠지만 어디에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는냐가 중요하다.

 

우선은 인권의 문제가 있다. 비평준화지역에서는 교복이 그 학생의 성적을 가늠하는 지표다. 필자가 사는 안산에서 사복을 입고 가서 학교 정문 근처에서 교복을 갈아입는 아이들이 있다는 얘기를 종종 듣곤 한다. 교복으로 낙인을 찍는 것이다. 또한 최근의 분석 결과를 보면 평준화지역의 학생들의 학력증진이 더 높다는 것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당면한 연합고사를 위해 모든 과목에 대한 암기에만 에너지를 쏟으니까, 평준화지역인 서울에 비해서 이후를 대비한 깊이 있는 공부를 하지않게 되고 고교입시후 해방감에 빠져 학력저하현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고교평준화는 그 자체로 만사해결책은 아니지만 조기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부담 보다는 동기부여를 위한 프로그램과 소수를 위한 수월성 교육이 아닌 각자의 잠재적 능력을 높여주는 수월성 교육을 하기위한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한다. OECD의 학업성취도평가인 PISA에서 1위를 한 핀란드는 2위를 한 한국보다 수업시간은 오히려 절반 정도 된다. ‘핀란드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하는데 비해, 한국의 아이들은 행복해하지 않고 공부의욕이 낮다’는 OECD담당자의 말은 경쟁보다 평등한 학생간 협력을 중시하는 핀란드교육의 우수성을 시사한다.

 

경기도 3개 지역의 평준화 찬성 여론은 70%를 넘었다. 평준화 지역 지정 권한을 갖는 교육청의 요청을 형식적 결재권만 갖는 교과부가 반대했다. 이주호 장관에게 묻고싶다.

 

평준화 지정이후에 하도록 되어있는 학군확정과 배정방식을 지정의 전제조건으로 얘기하면서 준비가 덜되었다고 교과부령 개정을 하지 않는다면, 법과 원칙, 약속을 가르쳐야할 교육의 수장으로써 아이들에게 뭐라고 답할 것인가?   고영인 道의회 민주당 대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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