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시’ 신중히 구상해야

부산 국제 영화제는 가장 성공한 예술 축제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문화의 불모지인 부산을 품격 있는 도시, 예술의 도시로 그 이미지를 바꾸어 놓았다.

 

부산의 성공 사례에 힘을 얻어서인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도시들은 영화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전주 국제 영화제, 광주 국제 영화제, 부천 국제 영화제, 제천 국제 음악 영화제 등이 그렇고 최근에 경기도 화성시는 435만㎡에 달하는 세계최대의 영화 글로벌 테마파크인 유니버셜 스튜디오 코리아 리조트를 추진하고 있다. 또 김포시는 김포국제공항 부근 한강변에 270만㎡에 이르는 영화도시 한강 시네폴리스의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인천국제 공항 공사는 영종도 국제 업무지구에 150만㎡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MGM 스튜디오 테마파크 건립을 위한 양해 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인천 송도 국제도시에는 미국 영화제작사 파라마운트와 공동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49만㎡의 파라마운트 무비파크를 추진하고 있다.

 

그뿐인가. 고양시 일산에는 한류우드내 방송, 영화 산업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계획 중에 있다. 문화산업이 중요한 시대이고 문화콘텐츠가 미래의 원동력이 틀림없지만 10여개가 넘는 도시들이 영화도시를 표방하고 투자에 열을 올리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경기도와 김포시가 추진하고 있는 김포 한강 시네폴리스에 문화산업 분과의 자문을 하면서 늘 조심스럽고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경기도, 인천광역시에서만 어림잡아도 10조 원대에 이르는 영화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가 과연 적정한 것인가, 과잉투자, 중복투자로 나중에는 한 도시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거나 도시 자체가 파탄에 이르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몇 년 전 일본 지자체 사상 처음으로 파산한 삿뽀로의 유바리 시티를 다녀온 적이 있다. 작은 도시지만 유바리 국제 영화제로 잘 알려진 도시이다. 이 도시는 국제 영화제 때문만은 아니지만 도시의 입지 조건, 재정 상태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시가 직접 관광호텔, 스키장 등을 무리하게 건설하다 파산한 도시이다.

 

우리는 유바리 시티의 무리한 투자와 그로 인한 도시의 파탄 사례를 눈여겨봐야할 것이다. 영화는 매력적이지만 지자체장의 정치적 욕심으로 영화산업에 대한 무리한 투자가 안 되도록 면밀한 검토와 장기적인 발전구상이 함께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최진용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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