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도쿄·인천 차이나… 이국적인 거리로 떠나는 세계여행

‘한국 속 프랑스’ 서래마을 이태원엔 국내 최초 이슬람성원 색다른 음식 또다른 즐거움

누구나 꿈꿔봤을 법한 여행의 로망 ‘세계일주’. 쥘 베른이 쓴 프랑스의 고전 과학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를 보면 주인공인 필리어스 포그는 영국 런던을 출발, 프랑스 파리와 이집트 수에즈, 예멘의 아덴, 인도의 뭄바이 와 콜카타(옛 캘커타), 싱가포르, 홍콩, 일본 요코하마, 미국 샌프란시스코, 영국 리버풀을 거치는 80일간의 기나긴 세계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매일 똑같은 일상에 치여 살고 있는 우리 일반인들이 80일간이나 생업을 뒤로한 채 여행을 떠날 수는 없는법. 하지만 80일이 아닌 8시간만 투자해도 세계 각국의 문화를 국내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인천 차이나타운과 서래마을, 이태원, 동부이촌동이 그 곳이다. 이번 주는 사표를 던지고 고이 모아둔 적금통장을 깨지 않고도 훌쩍 떠날 수 있는 국내 외국인마을로의 여행을 떠나보자.

 

■ 인천 차이나타운

 

지하철 1호선 인천역에서 하차, 역 광장 건너편 방향으로 조금만 걸으면 붉은색 홍등이 인상적인 차이나타운을 만날 수 있다.

 

차이나타운은 지난 1883년 인천항이 개항되고 이듬해인 1884년 청의 조계지가 설치되면서부터 중국인들이 현 선린동 일대에 자리잡으며 시작됐다.

 

선린동 일대에 정착한 중국인들이 그들만의 생활문화를 형성, 발전하기 시작한 차이나타운은 현재 170여가구, 약 500여명의 중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곳은 중국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관광과 쇼핑, 특화점, 예술의 거리 등이 자리잡고 있으며, 타운 내에는 많은 중국 음식점들이 그들 만의 고유의 맛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19세기 말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의선당과 소설 삼국지의 명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한 150m짜리 대형벽화가 있는 삼국지 벽화거리, 중국 특유의 건축양식을 엿볼 수 있는 화교중산학교 등의 볼거리 또한 풍성하다.

 

더불어 공예품과 주류, 의류 등 중국에서 건너온 다양한 물품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도 차이나타운 만의 장점.

 

이렇듯 국내에서 중국이라는 나라를 간접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차이나타운은 인천시와 함께 볼거리, 먹을거리, 살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각종 경관조성사업과 오는 2013년까지 자장면 박물관을 건립할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 ‘한국 속 프랑스’ 서울 서래마을

 

태극기와 라 트리콜로레(La Tricolore·프랑스 국기)가 나란히 걸려있는 곳.

 

‘한국 속의 프랑스’로 불리우는 서래마을은 프랑스인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1천여 가구가 넘는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마을이다.

 

마을의 중심을 이루는 몽마르트길과 마을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진 몽마르트 공원, 이 곳들을 둘러싼 채 늘어선 레스토랑과 커피숍은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들도 즐겨찾는 도심 속 명소다.

 

지난 1985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하던 주한 프랑스학교가 서초구 방배동으로 이전하며 자연스럽게 생겨난 서래마을은 오전에는 여유롭게 브런치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오후에는 따뜻한 커피향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저녁 또한 와인과 함께 근사한 식사를 하기위해 연인들이 많이 찾는 곳인 서래마을에는 프랑스인 제빵사가 프랑스산 재료를 이용해 직접 바게트를 굽는 빵집과 화덕에 참나무 장작을 넣어 구워낸 담백한 피자가 일품인 이탈리안 피자집,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200여 종의 와인을 갖춘 와인전문 복합 문화 공간 등 이국적인 풍미와 풍광이 가득해 고향의 그리움을 달래려는 외국인의 발길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서래마을을 관리하고 있는 서초구는 지난 2008년 이곳의 특색있는 음식점을 소개하는 ‘서래마을 먹거리 여행 길잡이 지도’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 ‘이슬람 문화’ 서울 중앙성원

 

유흥의 거리, 미국인의 거리로 유명한 이태원를 걷다보면 아라비안나이트에서나 보았을 법한 이국적인 건축양식의 건물이 눈길을 끈다.

 

주말이 아닌 평일에도 무슬림 차림의 아랍인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 이곳은 이슬람교의 상징인 지붕의 둥근 돔과 정면 양옆에 우쭉 솟은 첨탑, 전형적인 모스크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이 독특한 건축물의 이름은 중앙성원.

 

중앙성원은 지난 1969년 정부가 성원 건립용 부지 5천여㎡를 한국이슬람교중앙회에 기부하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이슬람국가가 건축비용을 전액 지원해 1975년 5월21일 개원한 한국 최초의 이슬람 성원이다.

 

세계 57개국 12억명 이상의 신도를 거느린 세계 3대 종교답게 중앙성원에는 다양한 국적의 무슬림들이 매주 예배를 드리기 위해 이 곳을 찾는다.

 

특히 중앙성원은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무슬림 외교관과 사업가, 교수, 학생, 이주 노동자들이 예배를 드리는 것은 물론, 만남의 장소로도 활용하고 있다.

 

중앙성원 인근에는 이슬람식 도축 법으로 잡은 양고기와 쇠고기 등을 파는 정육점, 독특한 향신료를 비롯한 잡화를 파는 상점, 이슬람 국가들의 음식을 파는 음식점들이 자리하고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 ‘리틀 도쿄’ 서울 동부이촌동

 

‘리틀 도쿄’라 불리우는 동부이촌동은 수도권 어디에서나 봄직한 평범한 아파트촌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역시 내국인과 다른 모습의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그들이 걷는 거리에는 유난히 일본어 간판이 눈에 많이 띄며,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동부이촌동은 지난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부터 일본인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잡기 시작해 이제는 ‘한국 속의 일본’으로 알려진 곳이다.

 

처음에는 대사관과 무역회사 직원들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일본인들이 모여 산다.

 

서울에 조성된 외국인 마을 중 가장 오래되고 규모도 크지만, 조용한 일본인의 성품 탓인지 겉으로 보기에는 요란스럽지도, 커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도심 속에서 일본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곳으로, 일본인 요리사가 직접 만드는 일본식 우동을 맛볼 수도 있으며, 인근 마트에서는 된장과 고추장, 소주 대신, 미소(일본식 된장)와 일본맥주, 사케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안영국기자 an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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