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도는 쌀, 무엇이 문제인가

‘농사는 천하의 대본(大本)이라는 말은 결단코 묵은 문자가 아닙니다. 이것은 억만년을 가고 또 가도 변할 수 없는 대 진리입니다.’

 

이는 윤봉길 의사의 ‘농민독본(農民讀本)’중에 나오는 말이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이 변해도 지구의 생명 창고 열쇠는 농민이 쥐고 있다는 윤봉길 의사의 뜻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다가오는 요즘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네지만 지난 반만년의 역사를 되짚어볼 때 농업을 아니하고 살아온 적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농민의 쌀은 그 재고량을 주체하지 못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해있다.

 

쌀 문제는 단순한 먹을거리의 소비가 아닌 우리나라 농민, 그리고 농업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해 햅쌀 출하를 앞두고 매입가보다 못한 금액으로 재고 쌀을 처분하기 위해 나섰던 한 농협의 뉴스 보도가 있었다. 쌀 재고가 늘어나면서 쌀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연쇄 반응이다. 지난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발표했던 것도 ‘쌀수급안정대책’이었다.

 

쌀 재고량을 줄이기 위해 대북지원, 해외원조 심지어 사료화방안까지 거론되고 있으나 이는 즉각적 효과를 노리는 것에 불과하다. 사실 쌀의 재고량이 늘어나는 가장 원초적인 원인은 쌀의 ‘소비 감소’에 있다. 2010 년 초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주식용 쌀 소비는 1인당 72.7kg으로 2009년 대비 1.7 kg(2.3%) 덜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10년전 (‘99) 주식용 소비량이 94.8kg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2.1kg(23.3%)이 줄어든 셈이다. 바쁜 현대인들에 있어 쌀을 대신할 대체 식품들은 즐비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히 옮겨간 패턴이니 누구도 이를 탓할 수는 없으며, 만일 그렇다 해도 변해버린 식성을 고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연스럽게 현대사회 변화에 대응하며 쌀의 소비를 늘리는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달부터 실시하고 있는 ‘아침밥 먹기 캠페인’과 ‘사랑의 쌀 나누기 캠페인’ 등은 이러한 의식의 반영이다. ‘쌀 소비량 확대- 쌀 재고량 감소-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삼박자를 이루어 내는 것. 이것이 우리나라 쌀 재고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접근이 될 것이다. 

 

서석기 수원농협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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