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과다복용 막는 ‘의약품사용평가’

평소 알고 지내던 주부 김모씨는 설 명절을 지낸 다음날부터 허리를 펴기 힘들만큼 온 몸이 쑤시고 아파 근처의 정형외과를 찾았다. 한 시간 정도 물리치료를 받고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가던 길에 몸에 통증만 있는 게 아니고 목도 아픈데다 열까지 있는 것 같아 내과에 들렀다. 언론을 통해 신종플루 소식을 심심찮게 들었던 터라 걱정이 됐던 거다. 의사는 다행히 신종플루는 아니고 과로로 인한 목감기라며 약을 먹고 푹 쉬면 괜찮아질거라 위로하며 약처방을 내줬다. 김씨는 졸지에 두개의 처방전을 받아 든 것이다.

 

약국을 찾아 온 김씨는 두개의 처방전을 내밀었다. 김씨의 입장에서 용법이 다르니 무슨 문제가 있나 싶었겠지만 처방전을 보니 함께 복용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각기 처방된 약물 가운데 두 가지 종류가 겹쳤기 때문이다. 내과의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는 겹치는 약을 빼고 처방해 주고는 두 가지 이상의 약을 복용할 경우 꼭 의사나 약사와 상의 하라는 당부를 곁들였다.

 

김씨가 만약 서로 다른 약국에서 조제했더라면 겹치는 약물을 2배 용량으로 과다 복용해 자칫 후유증을 앓을 수도 있었다.

 

이 같은 경우는 비단 김씨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필요 없는 약을 중복해 먹었지만 무심히 지나쳐 버렸던 것이다.

 

이러한 위험성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의약품사용평가’라 불리는 DUR(Drug Ur- ilization Review)이라는 제도를 도입, 지난 2년간 시범사업을 거쳐 오는 4월1일부터는 전국의 모든 병의원, 약국에서 실시할 계획이다. 이 제도는 모든 의료기관의 처방내역과 약국의 조제내역이 실시간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고되어 약물의 중복처방으로 인한 약물의 과다 복용 및 병용금기 약물의 혼합사용 등으로부터 환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또한 정부의 입장에서는 약물의 중복투여 방지를 통해 약제비의 과다한 지출을 차단하여 보험재정을 안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제도가 조기에 정착하려면 무엇보다 병·의원과 약국의 긍정적인 자세와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정부측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DUR시스템을 안정화하여 전산장애 등의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또한 진료와 조제 과정에서 환자 개개인의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물을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의 대기 시간이 지금보다는 다소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열린 마음으로 기다려 주는 시민의식도 필요하다.  이애형 道마약퇴치운동본부 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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