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은 ‘빵’과 ‘장미’를 획득했는가?

지난 3월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었다. 세계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 루트거스 광장에서 여성노동자들이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인 것을 기점으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여성단체 주최로 한국여성대회가 개최되고 있다. 올해 제27회 한국여성대회는 ‘3·8 세계여성의 날 HAPPY WOMEN'S DAY <그녀에게 빵과 장미를!> ’을 슬로건으로 개최됐다. 100여년이 지난 지금, 여성들은 빵(생존권)과 장미(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누릴 권리)를 획득했는가? 여성에게 참정권도 주어지지 않았던 시대에 비하면 현재 여성의 권리는 진일보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법제도적인 측면에서 여성권리 성장의 속도가 빠르다. 1987년에는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됐고, 1995년에는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됐다.

 

2005년에는 ‘가족법’이 개정되면서 호주제가 폐지됐다.

 

또한 정당법 개정(2002, 2005)과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 개정(2005)을 통해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또한 마련됐다. 이외에도 성폭력특별법(1994)과 가정폭력특별법(1997), 성매매방지법(2004) 등이 제정되면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한국 여성 권한 여전히 낮아

 

이와 같은 법제도적 변화를 보면 한국여성의 권리는 세계 어느 나라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제지표를 통해보면 한국 여성의 권한은 여전히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다. 유엔개발계획(UNDP)에서는 1995년 유엔 제4차 세계여성회의를 계기로 여성권한척도(GEM: Gender Empowerment Measure)와 남녀평등지수(GDI: Gender-related Development Index)를 통해 국가별 순위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우선, 여성권한척도는 정치·경제 분야의 중요한 정책결정과정에 여성참여 정도를 지표화한 것으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참여하고 있는지를 측정하기 위한 지수이다.

 

평가지표는 크게 다음과 같은 세가지다. 첫째,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다. 이는 여성의 정치적 참여도와 의사결정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이다. 둘째, 입법·고위임직원 및 관리직·전문직 및 기술직 여성비율이다. 이는 여성의 경제적 참여도와 의사결정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이다. 셋째, 남성 소득에 대한 여성의 추정 소득비율이다. 이는 여성의 경제적 자원에 대한 권력을 파악하기 위한 지표이다.

 

우리나라는 여성권한척도가 처음 발표된 1995년에는 116개국 가운데 90위였고, 2009년에는 109개국 중에서 61위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에 견주어 볼 때 여성권한척도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여성권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살펴보자.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1995년 48.4%에서 2010년 현재 49.4%로 지난 15년간 불과 1.0%p 증가했다.

 

OECD 평균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61.3%(2009년)인 것과 비교해 보면 현저하게 낮다. 그리고 남성임금을 100%로 할 때 여성임금은 66.5%(2008년)로 성별 임금격차도 매우 크다.

 

정치적 대표성 확보도 문제

 

또한 여성들은 참정권을 얻었지만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확보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국제의원연맹(IPU : International Parliamentary Union)이 지난 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회의 여성의원 비율이 2010년 말 현재 14.5%로 국제의회연맹(IPU) 조사대상 155개국 가운데 아프리카 가봉과 같은 80위를 기록했다.

 

지방의회의 경우 민선 5기를 기준으로 여성의원 비율이 19.1%로 국회에 비해서는 다소 높지만, 여성의 정치적 과소대표성을 해결했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약 100년 전 여성들이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했던 시절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앞으로도 여성의 정치적, 경제적 대표성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형옥 道가족여성연구원 성평등·고용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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