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과 공정한 사회

가장 이상적인 ‘동반성장’은 무엇일까? 경제계를 중심으로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동반성장을 두고 해석이 제각각이다.

 

동반성장 전략은 MB 정부 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산업구조의 불균형 문제와 지속적인 성장에도 개선되지 않는 고용 및 청년실업 등 고질적인 사회문제에 대한 종합 처방전 차원에서 마련됐다.

 

이에 정부가 지난해 9월 내놓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 대책’은 공정거래 질서 확립과 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 중기 자생력 지원 등 상생 시스템 정착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같은 기대 속에 정부는 상생의 당사자인 대·중소기업은 물론 공익부문과 학계 인사로 동반성장위원회를 구성, 동반성장이 산업생태계 문화로 뿌리내리게 하고 민간과 정부를 동시에 점검·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은 한국 산업의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라고 강한 의지를 내비치며 동반성장 프로젝트는 발 빠르게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동반성장은 좀처럼 성장 동력을 가동하지 못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삐걱거리고 있다.

 

실제 활동도 들어가기 전에 초과이익 공유제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데 이어 동반성장지수 등 각종 제도의 정비도 우왕좌왕 표류하고 있다.

 

특히 초과이익공유제도는 정부 내에서조차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혼선만 야기된 사례로 꼽히고 있다.

 

또 제3평가기관이 중소기업 원가 자료를 바탕으로 원가절감 노력 부분을 인증해 주는 ‘원가절감 인증제’에 대해서도 중소기업 측은 “영업기밀만 노출할 우려를 보인다”고 난감해 하고, 대기업들은 “원가절감의 객관적 평가가 힘들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는 것도 동반성장의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이런 논란 뒷면에는 정부 정책이 발표되면 각 부처들이 앞다퉈 ‘한건주의식’으로 정책을 내놓는 태도가 있다. 이로 인해 혼란이 가중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다른 데 있다. 동반성장 정책이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데는 정부의 무능이나 한건주의식 발표도 있지만, 경제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깊숙이 팽배한 불신 풍조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동반성장의 핵심주체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상부상조를 통한 상생 발전안을 도출해야 하나 서로에 대한 믿음 상실이 너무 깊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동반성장이라는 자체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먹이사슬 식으로 이뤄진 산업구조로 인해 대·중소기업 사이에 내재한 불평등·불공정·불신이 쉽사리 해소되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기업의 동반성장에 앞서 던져진 ‘공정한 사회’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앞장서 연일 공정성 신드롬을 불러일으켰지만, 지금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총리와 장관 후보들이 연이어 공정성 시비에 휘말려 낙마하고 정부 부처를 중심으로 특혜채용 비리가 발생하는 등 그야말로 불공정 사회의 전형을 드러내며 정부의 ‘공정한 사회’ 구호는 슬그머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일련의 동반성장 정책 추진과정을 보고 있자니 공정한 사회의 일부 실패 사례를 뒤따라가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

 

하지만 해결책은 있다. 구들장 공사가 잘된 온돌방은 아랫목과 윗목이 모두 따뜻하듯이 대·중소기업 간 양보와 배려심을 바탕으로 한 정책발굴과 서로 Win-Win 할 수 있는 파트너십 확립이다.

 

상생을 바탕으로 대·중소기업 간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고 상대의 성장촉진에 이바지하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정부의 정책에 업계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장기적이더라도 일관성 있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이용성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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