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접하게 되는 모든 상황들은 현재의 우리를 나타내는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따라서 거리의 모습은 그 사회의 얼굴이라고 한다.
최근에 공공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접하고 있는 각종 교량이나 육교, 벤치, 공원, 건축물, 야간조명 등과 같은 도시의 공공디자인 요소들은 그것이 만들어지고 설치되었을 당시의 사회적 상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과거 청계천의 고가도로도 당시에는 충분한 사회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고, 시민들도 그로인한 실질적인 혜택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 생활환경의 질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지하철과 같은 새로운 교통수단의 도입과 생활패턴의 변화로 인해 도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인식이 바뀌며 청계천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진 것이다.
지금의 청계천은 고가도로가 철거되고 다시 맑은 물이 흐르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그 고가도로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고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당시의 많은 사람들은 그 고가도로를 바라보며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상징물로서 마음 뿌듯해 했고, 기능적인 면에서도 고가도로는 도시의 교통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도시공공구조물로서 충실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는 발코니나 집 앞에 계절별로 예쁜 꽃들이 놓여 아름다운 거리이미지를 만들고, 동시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예쁜 화분이 집안에만 있다면 그 화분은 자기 자신만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발코니에 놓여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면 그 화분은 그 순간부터 공공의 의미와 함께 책임을 가지게 된다. 집안에서야 꽃이 시들어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시든 꽃이 있는 발코니는 거리 전체의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자신이나 가족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그 즐거움을 공유하려는 마음이 우선하고 그러한 사람들이 하나둘 많아질 때 도시 전체는 자연스럽게 아름다워질 수 있다.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일은 개인보다는 바로 옆에 있는 이웃이나 공간, 자연을 생각하는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채민규 경기도디자인특별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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