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와 문화예술

우리에게 소설 ‘고목탄’으로 알려진 일본 소설가 나카가미 겐지(中上健次)는 부라꾸민(部落民) 출신이다. 일본 봉건사회의 유물인 부라꾸민은 마을 외곽에서 백정이나 장의사 등을 업으로 삼는 최하층 계급에 속하는 주민들끼리 모여 살았다. 1975년 29세의 젊은 나이에 일본 최고의 문학상 아쿠다카와(芥川) 상을 받은 나카가미는 수상작 ‘곶’을 비롯하여 자전적 소설들의 배경무대를 자신의 고향인 와카야마현 구마노 부락으로 삼았다.

 

이 소설가는 자신의 출신계급 탓인지 사회의 소수자들에 대한 관심을 자기 문학세계의 중심에 위치시켰다. 그래서인지 그는 일본 내에서 부라꾸민 취급을 받던 재일교포 공동체에 대해 주목하기도 했다.

 

문인 및 예술가들은 개인의 태생과 관계없이 예술가로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로 ‘소수자’일지 모른다. 물론 20세기 독일어 문학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카프카와 같은 인물도 체코의 프라하에서 유태인의 자녀로 태어났다. 카프카의 문학세계를 지배했던 관념은 ‘문학적 글쓰기란 모국어 내부에서 언어적 망명을 하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문학과 예술이 꽃 피우기 위한 토양은 이와 같은 문화적 다양성 혹은 다문화적 성격에서 형성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굴곡 많았던 근현대사의 경험 탓에 모국을 떠난 수많은 이산 동포들을 보아 왔다. 가까이는 일본과 연변 지역의 동포들로부터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 이주된 구소련 동포들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고국으로부터도 잊혀졌으며 버림받기까지 했다. 이들은 현지 사회에서 이방인이란 이유로 갖은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았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들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고난을 극복한 그 경험들을 널리 알려야 한다. 그것 자체가 우리의 정신적 자산을 더욱 풍요롭게 해 줄 것이다. 실제로 재일교포들 가운데서 일본 문화예술계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소설가, 연극인, 영화감독들은 수를 셀 수 없을 정도이고 러시아나 중앙아시아에서도 한국계 시인과 대중음악 가수 등 현지에서는 그 나라의 영혼을 대변하는 우상으로까지 추앙받고 있는 예술인들이 한둘이 아니다.

 

박만우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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