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 하청업으로 전락한 지방자치

군사정부에 의하여 중단됐던 지방자치를 부활한지 20년이 됐다. 그동안 지방자치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과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긍정적인 변화도 적지 않다.

 

생활환경은 깨끗해졌고 쾌적해졌다. 지역마다 산책로와 하천이 정비되고, 화장실이 천지개벽을 했다.

 

중앙정부가 과거에 여러 번 시도해도 성공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지방정부가 주민을 위해 나서니 변화가 아래로부터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지난 20년간 거둔 지방자치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지방자치를 위해 개선돼야 할 것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 주민들은 단순히 지방정부의 고객 내지 손님의 지위로부터 주인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이제 주민은 지방정부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고, 그 일을 수행하는데 드는 비용을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지방자치 부활 20년’ 개선점 많아

 

지방정부가 잘하면 혜택을 보고, 지방정부가 잘못하면 불편과 비용을 감수하도록 해야 한다. 지방자치란 결국 주민들이 자신의 비용과 책임으로 자신이 결정한 지역문제를 자기책임하에 처리하는 정치형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의 지방자치가 이러한 지방자치의 이상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살펴보면 이상과 현실 사이에 큰 거리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244개 지방정부 중에서 자신의 비용으로 자신의 업무를 처리하는 지방정부는 불과 10여개에 불과하고 대부분 중앙정부의 돈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지방정부는 지역문제를 자신의 책임하에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일을 대신처리 하는 하청업체의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된다.

 

중앙정부는 자신이 처리하여야 할 업무를 지방정부의 기관인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위임하고 그 처리과정에 여러 가지 지시를 하고 통제를 행한다. 지방정부가 처리하는 대부분의 일이 중앙정부가 위임한 사무이다. 즉, 기관위임사무를 처리하는데 지방자치단체의 대부분의 인력과 비용을 바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게 그 비용을 일부만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주민들이 내는 세금 전체에서 80%는 국가가 거두어 들이고, 지방정부에게 속하는 세금은 20%에 불과하다. 이 20%의 세금마저도 상당한 부분이 지방정부의 자치사무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 아니고 다시 중앙정부의 위임사무를 처리하는데 사용된다.

 

지방정부가 자신의 비용으로 처리하는 자치사무도 그 수행방법이나 수행여부가 일일이 법률로 규정돼 있어서 사실상 중앙정부의 사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중앙정부가 하고자 하는 일을 지방정부의 자치사무로 규정해 놓고, 지방정부는 비용만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름만 자치사무이지 실제로는 중앙정부의 위임사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중앙정부 하위아닌 중심 역할을

 

지방자치 20년을 맞이하면서 이러한 왜곡된 역전현상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지방정부가 수행하는 대부분의 사무가 자치사무가 되도록 해야 하고, 이는 자신의 비용으로 자신의 책임하에 처리하도록 하여야 한다. 자기 돈으로 자기살림을 살도록 하자는 것이다.

 

자기 돈을 보태어 남의 일을 처리하는 현재의 지방자치는 자치라기보다는 국가의 하청업체 내지 하급기관에 불과하다. 국가가 일을 맡겨놓고도 현재처럼 그 비용을 전액을 지급하지 않고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방정부에 전가시킨다면 지방정부로서는 중앙정부의 위임사무를 수행해야 할 책임도 없게 된다.

 

이에 지방정부로서는 비용보상조차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중앙정부의 업무를 계속 수행할 것인지 여부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   이기우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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