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임원들은 은행 돈을 교묘하게 운용하여 마치 자신들의 사금고처럼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 ‘잘 아는 금융감독원 직원을 따라 골프를 치러 간 일이 있는데 저축은행측은 금융감독원 직원은 물론 동반한 친구의 운동비용까지 모두 부담하는 등 극진한 대우를 받았다고 하더라’….
평소 위와 같이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들은 바 있는 필자는 당시 위 기재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저축은행에 문제가 있을 수 있겠구나! 권한이 막강한 금융감독원이 민원인들로부터 불신을 받아 큰일이다’라고 문제의식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위와 같은 풍문이 최근에 이르러 현실화 된 것을 보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에 신뢰의 상징인 은행을 믿지 못하면 과연 어느 곳을 믿고 살 것인가! 위 할머니를 비롯한 서민들은 은행을 믿고서 항상 통장만을 보면서 희망을 가지고 살아왔을 것이다. 우선 가슴이 여미어 온다. 통탄스러운 일이다. 인과관계 여부를 떠나 위 피해를 당한 서민들은 세상을 한탄하고 금융기관은 물론 정부관리, 대통령 등 사회지도층 모두를 원망하고 있을 것이다.
계속 드러나는 비리에 충격
부산저축은행의 경제범죄사건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일 비리가 드러나고 있다. 부당인출사태, 불법대출과 분식회계 등 그 방법은 기가 막힐 지경이다. 임직원들은 페이퍼 컴퍼니 형태의 특수목적 회사를 임직원 또는 지인들의 차명을 이용해 세우고 독립사업체인 것처럼 위장하고 고객예금을 그곳에 불법 대출해주고 부동산 투기 등 사업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회사 돈으로 개인 채무를 변제하는데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임원진은 영업정지 직전에 부인명의의 예금 등을 인출해 갔고 소위 VIP고객에는 정보를 주어 영업시간 후에 예금인출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한다. 나아가 회사는 엉망이 되는데 임원진은 배당금, 연봉·상여금을 두둑이 챙겼다고 한다.
또 분식회계를 통해 자기자본비율(BIS)을 높게 조작, 금융당국의 감시도 피하고 예금자들을 기망하였다. 더욱 화나는 것은 낙하산 인사로 내려온 금융원 국장 출신 감사들도 위 사실을 알면서도 경영진을 감시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정행위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경제범죄는 이번만이 아니다. 이미 10여년전에도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다. 그렇다면 저축은행의 부실이 이렇게 발생하는지 구조적 원인을 해부하고 그 근본적 대책을 수립해 다시는 금번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했어야 했다.
앞으로 저축은행 내부적으로 임직원들이 위법·부당한 업무집행을 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임직원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는 감사의 자격을 엄격하게 하고 준법 감시인 등으로 하여금 업무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출신 낙하산 감사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으므로 감사선임을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축은행을 감독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의 권한도 분산하고 감독기관이 감독 소홀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도 재정비해야 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권력도 상호견제와 균형원리에 따라 삼권분립시켜 놓음으로써 국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철저한 대비 통해 재발 막아야
새로 출범한 총리실 산하 ‘금융감독 혁신 TF’는 저축은행의 내재적 문제점, 금융감독원의 감독권에 나타난 구조적 허점 등을 철저히 분석해 그 방지책을 제도화함으로써 다시는 후진적이고 야만적인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입만 열면 ‘더불어 사는 사회’, ‘공정한 사회’를 부르짖는다. 그러나 신용을 최고 가치로 하는 금융권이 신뢰 부재의 요지경속이고, 힘없고 가난한 서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산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고 있는 마당에 누가 정부를 믿겠는가. 이번 부산 저축은행 사태는 또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
위철환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