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미디어 시대에 진입할수록 우리는 창작자와 매개자 사이의 전통적 구분이 점점 모호해 지고 있는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미술작가와 큐레이터, 방송작가와 PD 그리고 크리에이터와 프로듀서 양자 사이에는 ‘창조적 작업’의 주도권을 놓고 단순한 긴장 관계 이상의 생산적 대립과 충돌이 발생한다.
하나의 미술작품 그 자체는 문화콘텐츠라고 할 수 없지만 큐레이터가 고안한 전시회에 포함되면 관객들에 의한 대량소비의 대상이 된다.
다시 말해 전시회 속의 대중적 소통장치를 통해 ‘창조적 가공’을 거치면 그 미술작품은 다양한 용도의 문화콘텐츠로 새로운 생명력을 획득한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후반작업을 뜻하는 ‘포스트 프로덕션’이란 용어는 이제 새로운 창작실천을 함의하며 ‘디제잉(DJing) 컬쳐’로 대변되는 이 시대의 문화 논리를 선도해가고 있다.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내는 세프가 있고 그 음식을 멋진 연출을 통해 식탁 위에 차려내는 테이블 세팅 플래너가 따로 있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다.
이제 창작-생산-제작 그리고 심지어 수용자 간의 창의적 협업을 위해서는 이제 그들 간의 새로운 양상의 결절점이 구상되어야 한다.
디지털 매체가 강요하는 통합성(융합성)과 직접성에도 불구하고 매체들 사이의 차이와 경쟁 그리고 상호작용의 역동성을 진작시키려는 재매개화(remediation)의 노력을 통해 우리는 기존의 협소한 문화콘텐츠의 개념을 부단히 확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다.
예컨대 21세기 방송콘텐츠를 포함한 시각문화콘텐츠의 장래는 영상-스토리텔링-미술-건축-디자인-도시계획-음악 등이 어떻게 결합되고 자기 반성적으로 수렴되는가에 달려있다.
2012년 예정으로 주요 중앙 일간지와 지역신문 등이 참여하는 종합편성 방송국들이 개국을 준비하고 있다.
단지 광고수입만을 통해 황금알을 낳는 방송 사업이 아니라 새로운 방송콘텐츠의 미래를 지향하는 방송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박만우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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