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만드는 생명의 씨앗, 종자

‘가장 위대한 업적도 처음에는 꿈이었다. 참나무는 도토리 속에서 잠자고, 새는 알 속에서 잠자고, 영혼의 가장 원대한 꿈속에서 깨어있는 천사가 돌아다닌다. 꿈은 현실의 씨앗이다.’ 20 세기 신비의 문인이라 불리는 제임스 앨런의 글이다. 꿈을 절실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우리는 2002년 월드컵 때 ‘꿈은 이루어진다’를 경험하지 않았는가. 꿈을 심어 정성껏 물주고 가꿔 열매 맺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예로부터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은 농업과 식량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농업은 식량산업으로서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진다. 또한 농업은 환경을 보전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공익적 가치를 제공해주는 다원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자연으로부터 인간에게 식량과 에너지를 제공하는 농업은 지구 어디에서나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산업일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농업은 현재 어떤 꿈을 가지고 나아가고 있는가? 농업을 지켜가기 위해 어떤 희망의 씨앗을 심고 있는가?

 

최근 발생한 구제역과 조류독감 등은 축산업은 물론 농업 전반에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 농업이 침체로 갈 것인지,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아갈 것인지 중요한 선택의 귀로에 서있는 시점이다. 현재 농촌진흥청에서는 ‘강소농’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상품과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작지만 강한 농업경영체’ 신청을 받고 있다. 한국 농업의 희망을 위한 작은 씨앗을 심고 있는 듯하다.

 

그럼 이러한 씨앗은 농업에서 얼마나 중요할까. 우리 선조들도 종자의 중요성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농부는 굶어 죽어도 종자를 베고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종자를 신줏단지 모시듯 했다. 이는 자신의 생명보다 인류의 영원한 가치를 존중하는 농부의 씨앗에 대한 순수성, 보존성, 절개성 등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많은 감정들이 내포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죽더라도 종자는 남겨 놓아야 자손이 생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미래를 위한 농부의 숭고한 자기희생이다. 이렇듯 종자는 예로부터 미래를 위한 ‘희망의 씨앗’이었다.

 

또한 종자의 다양성은 미래첨단연구의 보고이기도 하고 새로운 식량자원의 원천이 된다. 몬산토, 듀퐁, 유니레버, 노바티스, 세미니스 등 다국적 기업은 세계 종자시장의 변화 동향, 국외 종자시장진출 교두보 확보 등 상당히 체계적인 조직력을 가지고 1천 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인 시장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은 관행적인 종자 개발 기술과 생명공학 기술의 합병으로 종묘사업에 기술적인 융·복합을 추진하여 다국적 기업과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 종자는 생명공학기술의 발전으로 보건, 의료, 농업, 식품, 정밀화학, 환경, 에너지 등 실로 광범위한 분야에서 산업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유전자원은 40억년의 진화과정을 통하여 형성된 인류의 자산이며 한번 소실되면 재생이 불가능한 것이므로 세계 각국은 유전자원의 수집, 평가 및 활용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자원확보를 국가 정책목표로 하여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지만 보배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가치 있는 구슬이 다양하게 있어야 한다라는 역설적 가치로 해석해 보고 싶다.

 

종자는 모든 농업의 핵심이자 한 나라 농업의 역사이다. 우리 주변에 비록 이름도 알지 못하고 하찮게 보이는 풀, 꽃, 나무 하나 하나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소중하고 귀중한 우리 종자는 미래 식량난을 해결할 열쇠이자 희망이기 때문이다.

 

오세종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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