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한 공직자가 그립다

‘기름 먹인 가죽이 부드럽다’는 우리네 속담이 있다. 뇌물을 주면 일이 부드러워진다는 뜻이다. 부산저축은행 비리가 어디가 끝인지 이번엔 금융감독원 전(前) 비은행검사국장이 검사 편의 등 청탁대가로 ‘월급형태’로 2007 년 퇴직이후에도 최근까지 월 300만원씩 받았다고 한다. 관리감독을 하며 저축은행 검사를 총괄하는 직책이다. ‘검사를 세게 하면 안 된다’고 청탁하고 검사반원구성이나 검사결과 처리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탐욕이다. 참으로 부끄럽다. 독설을 퍼붓고 싶다. 아무리 어떤 인간이든 돈으로 매수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하지만 어처구니없다. 이런 공직자를 그 자리에 앉혀 놓은 인사권자도 문제다.

 

요즘 도시가스 등 공공요금과 식품가격인상에 이어 높은 기름값이 지속되고 있어 국민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투자가 늘었다고는 하나 일자리 창출은 여전히 잘 안되고 있어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의 물가대책은 겉돌고 감당할 수 없는 국민은 짜증스럽기만 하다. 속 시원하게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기에 그렇다.

 

그런데 가관인 것은 빚더미 공기업들이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벌리고 있는 성과급 잔치다. 정부 공기업을 닮아가려는지, 이번엔 경기도 산하 일부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빚더미에 눌려 있는데도 기본급의 수백%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아무리 적자가 늘어도 성과급을 타먹을 수 있는 구조라면 뭔가가 잘못된 것이다. 결국 빚을 내 잔치를 벌이는 셈이다. 받는 보수는 분수를 넘지 않게 하고, 수양(修養)을 하는 일은 분수 이내로 줄이지 말라고 했다.

 

도대체 경기도 공기업의 성과가 도민에게 어떤 실질적 혜택을 주었는지.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도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어려운 살림에 허리띠를 졸라 세금을 낸 도민들에게 제대로 알릴 의무가 있지 않을까. 부채규모와 재무 실적 등 전반적인 경영상태를 감안하여 적정한 지급기준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으로 올바른 것은 도덕적으로도 올바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명성을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더 어려운 일은 그 명성을 죽을 때까지 유지하는 일이다. 그러나 정말 더 어려운 일은 죽어서도 그 명성을 유지하는 일이다. 황금가루는 눈을 멀게 한다. 부산저축은행의 비리나 금융감독원의 유착의혹, 이와는 성격이 좀 다르지만 경기도 공기업의 성과급잔치 등 모두가 돈에 얽힌 문제들이다. 돈은 모든 자물쇠를 연다고 했다. 돈으로도 열리지 않는 자물쇠가 필요한 때다. 금전이란 밑바닥이 없는 바다와 같아서 양심도 명예도 떠오르지 않는다. 악의 근원은 돈이 아니다. 돈에 대한 애착이다.

 

멀쩡한 교통신호등을 삼색신호등으로 교체하려고 시범운영하다 교통사고가 났다. 모르긴 몰라도 교통신호등을 만들거나 바꿀 수 있는 회사는 한두 개에 불과하다. 이 회사들과 신호등교체는 무관(無關)하지 않을 듯싶다. 여기에도 금권이 끼어들었는지 철저히 수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삼색신호등도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이런저런 일들이 슬금슬금 다가오는 레임덕 탓이 아니길 바란다. 국무회의가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늦게 열리는 사태가 일어날 정도니 하는 말이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중이면 준 비상체제가 아닌가. 촉각을 세우고 긴장을 해야 할 장관들이 지각 핑계라니 어불성설이다.

 

낙타가 일단 천막 안에 코를 박으면 몸은 곧 따라 들어갈 것이다. 그렇다. 잘못 된 곳에 발을 디디면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 부정직한 이득보다는 차라리 손실을 택하는 편이 낫다. 돈으로 점령당하지 않을 만큼 튼튼한 자신의 요새를 만들어야 끝까지 명성을 지켜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훈동  수원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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