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미국영화가 있다. 제목만 봐서는 노인 복지제도가 사라진 우울한 나라의 현실을 담을 것 같은 이 영화는 사실 범죄스릴러물이다. 특히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석권할 정도로 명작으로 꼽히고 있다.

 

기자가 영화의 주내용이나 출연배우들의 연기력을 논하려 하는 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영화 제목과 연관된 궁금증이 들어서이다.

 

진짜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는 것인지, 있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노인을 위한 나라가 되는 것인지, 또 우리나라는 얼마나 노인을 위하는 건지 등 궁금한 점이 한 둘이 아니다.

 

이는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현 상황으로 미뤄 당사자인 노인은 물론 예비노인들인 국민이 모두 알고 싶어하는 부분일 것이다.

 

한국은 빠르면 2017년께 65세 이상 노인의 인구비중이 14%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24년에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비중 20%)에 진입한다고 한다.

 

게다가 현재의 출산율로 미뤄 앞으로 20년내 경제인구 2.3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특히 700만을 훌쩍 넘는 베이비 붐 세대(1955~1963년생)가 본격적으로 노년기로 진입하면 양질의 인적자원 상당수가 일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쓸쓸히 노년을 보낼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사실이다.

 

그뿐만 아니라 향후 국가경쟁력 기반의 급속한 악화는 물론 내수 위축까지 가져오게 되며, 늘어나는 사회복지재정의 지속 여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인구의 고령화와 사회구조 및 가치관 변화에 따른 노인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다.

 

수원 지동시장 인근 공중화장실 주변이나 팔달산 입구를 가보면 집중호우나 강추위, 폭설이 쏟아지지 않는 이상 거의 매일 노인들로 크게 붐빈다. 이들 중 대부분은 금전, 장소, 일자리가 없는 3무(無)에 허덕이듯 고뇌가 가득찬 눈빛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일부는 바둑,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내고 또 다른 이들은 먼 하늘만 쳐다보거나 ‘왕년에 내가’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이는 등 그야말로 갈 곳 없는 그들만의 공간으로 변모해 있다.

 

이처럼 어디선가 헤매고 있을 수많은 노인의 문제 해결 키워드는 일자리 창출이다.

 

절박한 사회문제로 급부상한 노인문제를 위해 정부와 자치단체가 발벗고 나서 노인 일자리를 만들라는 것이다. 물론 노동력의 질 저하를 운운하고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겪는 젊은층들을 의식해 노인 일자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건 사실이다.

 

이 때문에 노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는데 정치권은 물론 기업들이 부정적이거나 인색한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경제활동인구로 흡수하면 고령화 사회에 젊은층이 짊어져야 할 부양인구가 크게 줄 수 있다. 또 노인복지비용도 절감돼 노인들의 정신적·육체적인 건강까지 좋아져 의료비 등 전반적인 사회비용도 감소할 수 있다.

 

이들이 많은 것을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험과 경륜을 싼값에 가져올 수 있는 것은 효과성에서도 아주 긍정적이다.

 

따라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을 만들어 침체되고 침울한 우리나라 ‘노인경제’를 살려야 한다.

 

노년을 아름답게 묘사한 중국의 대문호 왕멍(王蒙)은 나이 들어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는 자기 일이고 둘째는 친구, 셋째는 취미라고 했다. 노년을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로 만들기 위해선 사회에서 후퇴한 인물보다는 지속적으로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노년을 맞게 된다. 지금 노년에게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앞선 세대에 대한 선물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조금 후에 가야 할 길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용성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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