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Road 77’을 아시나요

문화공동체 운동으로 진행

행주산성을 왼쪽으로 끼고 파주로 가는 자유로를 다녀보셨지요. 넘실대는 한강의 위용이 장관입니다. 우리 국토의 심장과 허리를 관통하여 서해로 달려나가는 한강과 함께 자유로는 일산과 파주 출판도시를 끼고 임진각 평화누리까지 이어집니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한강의 하류와 함께 자유로를 달려보기를 권합니다. 오후 해질녘이 더욱 좋습니다. 석양에 강물이 붉게 물듭니다.

 

날씨가 쾌청하면 행주대교 쯤에서 저 멀리 송악산이 손짓합니다. 역사의 도시 개성을 둘러싸고 있는 송악산이 지호지간입니다. 허연배를 드러내보이는 한강, 우리 산하의 크고 아름다움에 자유로를 달리는 사람들의 가슴이 시원하게 뚫립니다.

 

자유로는 국도 77번 도로의 한 부분입니다. 부산에서 황해도 개성을 잇는 77번 국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일반 국도입니다.

 

파주북소리 조직위원장

 

헤이리에서 문화예술공간을 갖고 일련의 문화예술 행사를 기획하고 시행하는 친구들이 자유로를 ‘Art Road 77’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지금 이런 저런 문화예술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유로와 그 주변을 예술의 길, 미술의 길로 만들어 가자는 것입니다. 현재 제3회 ‘아트로드 미술제’가 헤이리에서 열리고 있는데, 젊은 미술가들과 중견 미술가들의 작품을 헤이리의 이 공간 저 공간에서 보여주는 미술제입니다. 작품이 팔리면 그 이익금을 국제아동구호기구인 ‘Save the Children’에 기부합니다. 헤이리 회원들과 미술가들이 손잡고 펼치는 문화운동입니다.

 

10년도 더 되었습니다만, 헤이리의 기획작업을 한창 진행하면서 우리는 ‘자유로 문화예술벨트’라는 주제를 만들고 그 실현을 도모하는 토론을 여러차례 하기도 했습니다. 전쟁으로 상처받은 파주 땅에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을 구현함으로써, 예술적이면서 평화적인 일련의 실천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도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토론을 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개념의 마을 헤이리를 하나의 문화공동체 운동으로 진행시켰습니다.

 

‘Art Road 77’이라는 이름을 붙인 미술제 뿐만 아니라 뛰어난 기량을 가진 젊은 음악도들을 성원하는 ‘아트로드 77 음악제’ 같은 것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건이 마련되면,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을 더 기획해보자는 토론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인간이 만드는 길, 그 길 만큼 예술적인 것은 없을지 모릅니다. 인간이 대지에 건설한 길이란 참으로 경이로운 예술작품입니다. 파주통일동산에 자리하고 있는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다보는 자유로는 참으로 아름다운 예술작품입니다.

 

77번 국도 자유로를 ‘Art Road 77’로 부르면서 일련의 문화예술 행사를 기획하는 우리들에게는 사실은 나름대로의 문제의식 또는 소망을 갖고 있습니다. 문화와 예술로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전쟁이 아닌 평화를 구현하는 이론과 역량이 곧 문화예술일 것입니다. 이 아름다운 국토, 우리의 생명이 뿌리를 내리는 대지와 자연에 생명사상과 예술정신을 심자는 것입니다.

 

북녘을 향해 힘차게 달리는 자유로가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뚝 끊어집니다. 남과 북의 분단은 길까지 끊어놓았습니다. 아름다운 문화·예술의 정신과 사상은 이 중단된 길을 다시 달리게 할 것입니다. 전쟁과 분단으로 형성되고 있는 긴장을 문화와 예술로 해소해낼 것입니다.

 

아시아·유럽으로 확장되는 길

 

남과 북의 단절된 문물을 소통시키고, 본디의 민족공동체를 복원하는 이론과 지혜의 가장 구체적인 방안이 문화·예술이라는 생각을 우리는 하고 있습니다. 아니 남과 북의 장벽만을 뚫어내겠습니까. Art Road 77은 아시아로 유럽으로 확장되는 길입니다.

 

‘Art Road 77’은 닫힘이 아니라 열림을 도모합니다. 북으로 아시아로, 유럽으로 세계로 가는 화해와 평화와 길, 사랑과 생명의 길을 의미합니다. 자유로 문화예술벨트 또는 ‘Art Road 77’ 기획정신은 이 분절되어 갈등하고 대립하는 문명을 치유하는 우리 모두의 당위이자 희망입니다.

 

김언호  도서출판 한길사 대표  파주북소리 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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