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 짙어간다. 어쩌면 이 6월의 저 녹음은 지난 날 우리 민족에게 아픔을 주었던 상처들은 아닐까. 앞서 배우고 경험한 기성세대의 책무는 완성된 지식의 체계를 후대들에게 단순히 전해주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역사는 끊임없이 발전하는 과정의 연속이고, 그 역사를 이끄는 주체는 시대에 따라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성세대의 역사적 소명은 자신들이 믿는 바를 그들의 후대들에게 판단은 맡겨 두고 그저 자료만을 제공하면 족하다 본다.
오늘을 사는 기성세대로서 우리가 믿고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바르게 성장하고, 이 땅에 더욱 성숙된 민주사회를 정착시켜 세계사의 주역이 될 수 있는 민주 시민들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간절한 심정과 거기에 대해 노파심이라도 좋을 생각을 이 시점에서 꺼내본다.
일제 36년간 이 민족에게 지배당한 치욕에서 벗어나 숨고를 틈도 없이 민족분단의 아픔 속에서 그리고 민주화의 투쟁을 겪으면서, 우리는 오늘날 세계 10대 경제무역대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 선배들의 희생에 따른 결과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그 고통의 씨앗에 감사보다는 우리 세대가 누려야 할 당연한 몫으로 치부하고 있지 않나 싶다. 그렇게 우리가 안주하고 있는 이면에 어두운 그림자가 밀어닥쳐 불안한 미래를 자꾸만 예측하게 하고 오늘 우리 사회는 건전한 공동체 건설과 그 유지의 근간이 되었던 전통적 아름다운 덕목들이 사라지고 있다.
그 치열했고 거시적이었던 쟁점들의 논의는 단순히 이분법에 근거한 기성세대들의 논리와 정치질서였다고 오늘의 새로운 세대들에게 부정당하고 있다.
과거 민족의 독립이 민족 최대의 과업이었을 때는 독립을 위해 다른 것들은 희생되어야 했다. 공산주의가 북한이 주적이었을 때는 모든 가치관은 민주주의와 민족의 생존권에 기대어 판단하면 충분했다. 빈곤탈출이라는 지상목표 앞에서는 환경도 잠시 뒤로 물려야 했다. 우리 기성세대는 그렇게 육체적 고통, 가족해체, 인권침해, 재산상실, 이념적 죄목도 단순해 지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를 살았다. 몰라서도 그랬지만 시대적 상황이 그 때는 그랬던 것이다. 그것을 부정하는 오늘을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삶의 사고가 잘못된 것이란 뜻이 아니다.
세계화, 정보화라는 거센 물결 속에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조류는 시시각각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 환경에 적응하고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더욱 혼란스럽고 복잡한 삶을 살겠지만, 적어도 이 6월에는 지난 역사를 되짚어 보면서 국가의 장래와 사회의 중대한 쟁점들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도 해 보자. 호국영령과 선대들의 공동체적 삶과 조국과 민족을 위해 맹목적으로 헌신했던 이분법적 삶에도 조금은 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정신을 기려보자.
개인의 자유를 구가하기에 앞서 공공의 질서와 나라를 위한 진정한 민주시민의 자질을 우리 젊은이들이 심도 있게 논의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권재 세계한민족공동체재단 경기도지회 상임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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