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야간경관, 빛의 연출 아니다

사람들이 도시의 야간경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야간경관은 다른 공공디자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험이나 전문인력, 기술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도시의 아름다운 야간경관을 상상한다면 아마도 화려한 조명이 빛나는 거리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도시의 야간경관을 빛의 경관으로 생각하거나, 야간경관계획은 조명 전문가가 수립해야 한다는 시각은 이미 균형감을 잃은 접근일 수 있다. 야간경관계획을 빛의 계획으로 인식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한 우리의 도시는 당분간 빛으로 인해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다.

 

어둠 속에 감춰져 있던 도시의 가치를 찾아내어 빛을 통해 나타내려는 노력들이 분주히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야간경관에서 빛만을 떠올리는 것은 지나치게 단편적인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밤이 아름다운 도시는 빛과 어두움의 조화를 통해 얻어질 수 있다. 도시의 야간경관계획이란 어두움을 파헤쳐 빛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어둠을 보존해야할 것이 무엇이고, 빛을 이용해 밝혀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구분하여 사람이나 자연 모두에게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최근에는 보행육교나 교량, 탑상형 공동주택의 옥탑 등에 화려한 색상의 LED를 이용한 장식적인 조명연출이 전국적으로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LED의 특징은 에너지의 효율성과 다양한 색상연출이라고 할 수 있다. LED는 원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기존의 가로등을 대신하기에는 아직 효율성의 측면에서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에 LED는 에너지의 효율성보다는 경관조명이라는 명분아래 현란한 색상연출로 도시의 밤을 어지럽히는 광공해의 주범 역할을 하고 있다.

 

하나하나의 대상을 독립시켜 놓고 본다면 모르겠지만 주변 공간과의 조화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만을 나타내려는 빛들은 분명 아름답다고 할 수 없다. 도시에 있어서 아름다운 야간경관이란 사람들의 도시생활에 대한 안전을 충족시켜줌과 동시에 절제된 빛의 조형미를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채민규 道디자인총괄추진단 디자인 특별보좌관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