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중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 수사 현실의 법제화를 위한 입법공청회가 열렸다고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논의하기 위한 공청회는 수사권 독립을 요구하는 경찰들의 궐기대회장이나 다름 없었다고 한다. 이날 대구지검은 평검사 40여 명이 비상회의를 소집하고,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조항을 바꾸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고, 서울중앙지검과 부산. 광주·창원·수원·인천지검 평검사들도 잇따라 대책회의를 가져 일선 검사들이 사실상 집단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검경간의 수사권 조정은 매우 첨예하고, 해묵은 과제이기 때문에 서로 물러설 수 없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난 6월 20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극적으로 합의하여 발표했다.
합의한 내용을 보면 형사소송법 제196조 제1항을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로 개정하고, 다만 같은법 제196조 제2항에 사법경찰관리는 범죄혐의가 있다고 인식할 때, 수사를 해야 한다라는 ‘수사개시’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한 검찰청법 제53조의 ‘사법경찰관리는 범죄수사와 관련하여 소관 검사가 직무상 내린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삭제 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경찰에 수사권을 주자고한 당초의 취지와는 달리 ‘모든 수사는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한다’로 오히려 확대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여졌다. 또한 ‘모든 수사’에 내사가 포함되는지 여부를 놓고 벌써부터 논쟁을 뜨겁게 벌이고 있다.
내사는 정식사건으로 입건(立件)하기 전에 범죄혐의를 확인하는 초기단계를 말하는 것이지만 검찰은 이 또한 수사의 범위에 포함시켜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고 사건을 내사해온 경찰의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 또한 범죄 혐의가 있을 때 수사할 수 있는 수사 개시권을 신설 했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경찰은 범죄혐의가 있을 때 항상 수사해 왔기 때문에 현실을 법률에 반영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검경간의 수사권 조정에 대한 합의는 모든 수사는 검사의 지휘를 받는 것으로 검찰의 권한만 강화시켜 주었고, 경찰은 혹 때려고 하다고 혹을 붙인 결과가 되고 말았다.
검찰청법제53조의 ‘사법경찰관리는 범죄수사와 관련하여 소관 검사가 직무상 내린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청법53조를 폐지하기 위해 수사권 독립을 요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찰로서는 별 소득이 없다. 경찰과 검찰이 정부조직법상 엄연히 다른 국가기관이지만 복종의 의무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전 근대적이고, 비민주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따라서 군을 제외한 어떤 국가조직도 복종 의무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있고, 특히 타 조직에 복종의무 규정을 둔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것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검찰만이 독점하며 전횡(專橫)을 일삼던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생각이다. 또한 지금까지 모든 수사의 98%를 경찰이 해왔기 때문에 교통을 포함한 민생치안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에 모두 넘기고 검찰은 거악(巨惡)을 척결 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만약 경찰수사에 문제가 있다면, 검찰만이 가지고 있는 기소권으로 경찰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검찰의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지난 6월 20일 합의한 수사권 조정은 하나마나 한 것이라는 혹평(酷評)이 따르는 것이다.
오수진 한국총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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