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파워의 핵심인 콘텐츠 산업을 미국에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부른다. 1930년대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고용창출을 위해 문화예술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데서 비롯된다. 이를 통해 미국은 하드파워에 이어 세계 최대의 소프트파워 국가로 탈바꿈했다.
영국에서는 1977년 이래 영화, TV, 라디오, 음악, 출판, 소프트웨어, 컴퓨터, 게임, 건축, 공연예술, 디자인, 패션, 광고, 예술품 분야의 산업을 ‘크리에이티브 산업’으로 분류했다. 특히 토니 블레이어 전 총리는 창조산업을 영국의 미래전략사업으로 집중육성하였고, ‘점잖은 신사의 나라’에서 ‘창조적인 영국’으로 국가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였다. 조앤K.롤링의 매혹의 판타지 ‘해리포터’ 시리즈가 1초당 15부씩 팔리는 베스트셀러로 창조 영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이 되면서 절정을 누리고 있다.
캐릭터의 대명사 미키마우스와 그 친구들의 연봉은 얼마일까? 무려 6조원이다. 양키스(야구)의 알렉스 로드리게스, 레알 마드리드(축구)의 크아누 호날두, 로제 페데러(테니스), 코비 브라이언트(농구), 타이거 우즈(골프)의 연간 총수입을 합한 2천513억보다 25배나 더 많다. 콘텐츠 산업의 엄청난 부가가치를 지키기 위해 미국은 50년의 저작권 보호기간을 70년으로 연장시킨 소위 ‘미키마우스 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지난 6월 파리에서 열린 ‘SM 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인 파리’ 콘서트 현장을 취재한 프랑스 신문들은 ‘유럽을 뒤덮은 한류’, ‘한류가 프랑스의 르 제니스를 강타하다’ 등의 헤드라인으로 장식하였다. 19세기 후반 일본 채색판화 ‘우키요에(浮世繪)’ 등으로 촉발된 ‘자포니즘’은 프랑스에서 시작해 일본문화의 세계화에 기여하였다. 유럽에서의 친한세력이 고령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유튜브와 SNS에 익숙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국의 음악 콘텐츠에 매료되고 있는 한류팬의 등장은 분명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 열풍이 사그러들지 않고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그간 대형자본이 소요되는 플랫폼과 네트워크 분야와는 달리 콘텐츠 산업은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육성 정책이 부족했다. 특히 디지털과 스마트시대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스템은 단순히 자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관련 산업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와 고도의 창의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콘텐츠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관련기관들은 무한한 상상력과 끼로 뭉쳐진 창조기업들을 인큐베이팅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한국의 젊은 디지털 노마드들은 국내에만 머물렀던 콘텐츠 DNA를 글로벌 모드로 단숨에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성열홍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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