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恨)

- 박재삼

감나무쯤 되랴,

 

서러운 노을빛으로 익어가는

 

내 마음 사랑의 열매가 달린 나무는!

 

이것이 제대로 벋을 데는 저승밖에 없는 것 같고

 

그것도 내 생각하던 사람의 등 뒤로 벋어가서

 

그 사람의 머리 위에서나 마지막으로 휘드려질까본데,

 

그러나 그 사람이

 

그 사람의 안마당에 심고 싶던

 

느껴운 열매가 될는지 몰라!

 

새로 말하면 그 열매 빛깔이

 

전생의 내 전 설움이요 전 소망인 것을

 

알아내기는 알아낼는지 몰라!

 

아니, 그 사람도 이 세상을

 

설움으로 살았던지 어쨌던지

 

그것을 몰라, 그것을 몰라!

 

詩가 있는 아침

 

사랑의 끝이 죽음이라면, 저승길에라도 나는 그대 등을 지나는 휘어진 나뭇가지로 벋어가서 휘드려지겠다는 저 한 서린 사랑의 독백이 왜 이렇게 느껴울까 몰라. 그 나뭇가지에 온 생애를 바쳐 붉게 물들인 그 감빛의 사랑을 당신은 몰라, 그 한 서린 사랑을 당신은 몰라, 당신은, 또 어디 나 아닌 그런 사랑 때문에 서럽게 살다 갔을 당신은.   <이덕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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