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천국

대학교 도서관을 보면 모든 학생들이 영어공부에 한창이다. 영어, 만국의 표준어가 된지 오래 되었다. 그런데 영어를 잘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린다’는 느낌에 가슴 아프다.

 

전공 교과목을 공부하는 친구는 거의 없다. 기껏해야 사법고시나 공인회계사과목 등을 공부하고 전공과목은 꼭 들어야 하는 것 이외에는 학점 잘 주는 것을 우선으로 신청한다. 그러니 유익하고 중요한 인문학 과목이 폐강되기 일쑤이다.

 

국영기업체와 민간기업 등 어디에서나 전공과목을 열심히 공부했는지를 점검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TOEIC이나 TOEFL 점수가 관건이다. 영문학과를 졸업했든 사학과를 졸업했든 상관없이 영어 잘 하고 기타 능력이 있으면 합격할 수 있다.

 

영어란 무엇인가? 국제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금융기관이나 국영기업체에서 영어가 왜 그리 중요할까? 금융기관이나 국영기업체에서 퇴직할 때까지 영어를 얼마나 많이 사용할지 의문스럽다.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영어보다 국어나 수학과목이 아닐까 싶다. 우리말을 제대로 하는 사람은 외국어인 영어도 빨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수학은 모든 학문의 기본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대한민국 사람들이 수학에 몰입하여 수학을 잘 하는 것이 모든 학문의 발전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더욱 유익하다고 생각된다.

 

영어가 경쟁력이라면 영어의 원조인 영국과 미국이 왜 가라앉고 있을까? 영국이 세계 열강 반열에서 자취를 감춘지 오래됐고 미국인도 중국어를 잘하는 중국에 밀려 ‘세계 1위’의 수성이 어렵게 되었다. 언어는 그저 언어일 뿐이다.

 

대학교에서 영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공이 중요하다. 대기업에서도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성장가능성이 뛰어난 사람을 뽑아야 한다. 그깟 토익점수는 외면해 주었으면 한다.

 

제 나라 말을 못하는 것은 아무 흉이 되지 않고 영어를 못하는 것은 흉이 되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방학에 많은 학생들이 어학연수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있다. 국제화(glo-balization)의 참뜻이 진정 이런 것일까?   최영한 파주웅지세무대학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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