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아시아를 날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로 엄청난 흥행 수입을 올렸던 파라마운드 영화사는 2006년 인기 배우 톰 크루즈와 14년 간의 독점계약을 해지했다. 대중의 관심과 선호가 특정 스타에 집중되는 이른바 ‘슈퍼스타 경제학’의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게다가 디지털 영상 시대에 몇 백 억 원씩 받는 슈퍼스타들을 대신하여 ‘슈렉’ 같은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반지의 제왕’, ‘아바타’ 처럼 CT(문화기술)의 힘으로 태어난 디지털 배우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훌륭한 연기를 펼치고 있어 스타 배우들과 경쟁하기에 이르렀다. 2010년 ‘슈렉’은 수많은 인간 스타들을 제치고 당당히 할리우드에 있는 명예의 거리에 2천408번째로 이름을 올리는 영예를 안았다. 첨단 디지털 애니메이션 시대가 우리 앞에 활짝 열린 것이다.

 

지난해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은 약 145억 달러, 우리 돈으로 16조 원 규모다. 이 시장은 해마다 점점 커지고 있지만 미국(42.5%), 유럽(26%), 일본(18%)이 독식하고 있다. 중국의 점유율은 2.2%, 우리나라는 0.3%에 불과하다. 그러나 앞으로는 디지털 기술이 뛰어나고, 인건비가 저렴한 아시아 국가들이 애니메이션 산업의 강자로 떠오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도전은 거세다. 전국 19개 도시에 애니메이션 전문 산업기지를 건설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로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척박한 한국의 극장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6년의 산고 끝에 지난 달 개봉한 ‘마당을 나온 암탉’이 극장가의 화제로 떠올랐다. 우리 애니메이션 44년 역사상 처음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경기도와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은 유망 콘텐츠 육성을 위한 지원 사업으로 ‘신화창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리고 탄탄한 원작과 개성 있는 캐릭터, 충무로에서 잘 나가는 영화사가 힘을 합친 ‘마당을 나온 암탉’에 5억6천만원의 시드 머니를 지원했다. 제작사 ‘오돌또기’는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에 입주해 첫 그림을 그리기 시작함으로써 이 영화가 탄생하는 시금석이 됐다. 이제 ‘마당을 나온 암탉’은 한국을 넘어 중국으로 진출, 2천여개 극장에 상영을 앞두고 있다. 이를 계기로 한국애니메이션 영화가 또 하나의 콘텐츠 한류를 이끌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아울러 차세대 유망 콘텐츠 산업 분야를 발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어 주는 공공기관의 역할과 글로벌 시장으로 비상하려는 콘텐츠 기업의 도전 정신이 잘 결합된 후속모델이 계속 나와 주었으면 한다.

 

성열홍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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