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은퇴설교

나는 목회를 하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부러워하고 좋아하는 성경구절이 한곳 있다. 아끼고 사랑하는 구절이다. 성경 사무엘 상12장에 기록 된 사무엘 선지자께서 은퇴설교하는 내용이다. 내가 목회일선에서 물러가게 될 때 설교하려고 아껴두는 본문이기도하다.

 

사무엘은 이스라엘 왕이 세워지기 전 사사시대의 선지자겸 사사이며 제사장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을 다스리는 통치자였다. 그러다가 백성들의 요구를 들어 사울을 이스라엘의 초대 왕으로 세우게 된다. 왕을 세운 후에 사무엘은 백성들을 불러 모아놓고 은퇴를 선언하며 고별설교를 하게 된다. 한나라 안에 두 개의 리더십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자신은 머리가 허옇게 흰 노인이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그의 아들들과 새로 세워진 왕과 백성들이 서있다. 그리고 그는 그 앞에서 외친다.

 

“나는 어려서부터 여러분 앞에 출입한 사람으로 오늘 내가 여기 있습니다. 하나님 앞과 여러분의 왕 앞에서 증거 하십시오. 내가 뉘 소를 취한 적이 있습니까? 뉘 나귀를 취한 적이 있습니까? 누구를 속인 적이 있습니까? 누구를 압제 했습니까? 누구의 뇌물을 받고 눈이 흐려져서 잘못된 결정을 내린 적이 있습니까? 그렇다면 말씀하십시오. 내가 갚아 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백성들이 일제히 외친다. “아닙니다. 당신은 우리를 속이지도 아니하였고 압제하지도 아니하였고 뉘 손에서 아무것도 취한 적이 없나이다. 우리가 왕과 하나님 앞에서 증거 합니다. 다만 은퇴 후에도 우리를 기도를 해 주십시오.” “ 내가 결단코 기도를 쉬는 죄를 범하지 않겠습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인가, 사무엘은 자신의 사역의 평가를 그가 이룬 업적으로 평가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가 이룬 업적은 얼마나 화려했던가, 정치, 사회, 경제, 종교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던 나라를 위기에서 건저내고 불레셋에 빼앗긴 법궤를 되찾아오고, 자신이 이룬 공적으로 평가 받으려 하면 엄청난 공이 인정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사역을 업적이 아닌 자신의 삶으로 평가받고 싶어 한다.

 

깨끗한 삶, 아버지로서의 자식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는 지나온 모든 삶, 하나님 앞에서, 왕과 백성들 앞에서 증거 받을 만한 삶, 자신의 흰머리 앞에 부끄럽지 않은 깨끗한 삶으로 평가받는 모습은 이 땅에 모든 지도자들이 교훈으로 가슴에 담아야 할 삶이 아니겠는가,

 

나는 이 본문이 그렇게 좋다. 그리고 나의 은퇴 설교 본문으로 일찌감치 정해 놓고 목회를 한다. 그렇다고 내가 그렇게 사무엘처럼 살았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그냥 이 본문으로 설교해야지 하는 마음가짐으로 살려고 노력할 뿐이다. 나도 어느새 불혹을 넘어 이문의 나이를 살고 있다. 머리도 희어졌고 아이들도 장성해서 내 설교를 듣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부끄러운 것뿐이다.

 

드러내고 싶지 않고 감추고 싶은 부분이 많이 있다. 흰머리는 염색으로 감추었고 마음속에는 “내가 누구인데”하는 생각이 도사리고 있다. 감추어져 있을 뿐이지 은근히 무엇을 바라는 마음도 몰아내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저 오늘도 아침을 열면서 지혜의 사람 솔로몬의 친구였던 ‘아굴’의 기도를 읊조린다. “ 내가 두 가지 일을 주께 기도하오니 나의 죽기 전에 주시옵소서! 곧 허탄한 거짓말을 내게서 멀리 하옵시며, 나로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내게 먹이시옵소서! 혹 내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내가 가난하여 도적질하고 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워 함이니이다.”(잠3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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