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의 기술

말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말이 난무하는 시대다. 그런데 소통의 부재라니 아이러니 아닌가?

 

흔히 경청의 달인으로,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과 선친 이병철 전 회장, 미국의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래리킹, 그리고 회의할 때 토킹 스틱(talking stick)을 사용했다는 북미 인디언 이로코이 부족을 꼽는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아내는 것도, 말을 잘해 방송에서 장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갈등을 극복하고 지혜를 얻어가며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가는 것도 바로 경청의 힘에서 나온다고 보았다.

 

듣기는 지식 정보와 지혜를 얻어내는 수단이다. 듣기는 소통의 출발이고, 배려의 시작이고, 존중의 바탕이다. 언어로 하는 의사소통에서 듣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정도라고 한다.

 

나머지 절반이 말하기 읽기 쓰기이다. 그런데 듣기의 요령이나 기술을 제대로 배우는 일이 별로 없다.

 

평소 강의 토론 협의 상담 대화에서 활용하거나, 듣기의 요령을 설명할 때 인용해 봄직한 듣기의 기술을 나름 요약해 본다.

 

먼저, 귀로 듣기(Heed)이다. 물리적 심리적 의미적 소음을 제거한다. 잡음 소음을 줄이고, 헛생각 딴생각을 떨쳐내고, 말의 내용 수준을 따라 잡아야 한다.

 

다음, 눈으로 듣기(Eye)이다. 말하는 이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눈 맞춤과 표정으로 반응을 보인다. 맞장구나 추임새를 넣을 때, 상대는 신바람 나서 말하고 호의적으로 다가온다.

 

이어서, 머리로 듣기(Analyse)이다. 말의 내용을 행간의 의미까지 헤아려 가면서 분석하고 평가한다. 나의 지식경험과 일치하는지, 나의 가치와 부합하는지 비교하고 살핀다.

 

이번에는, 마음으로 듣기(Record)이다. 말하는 이의 입장과 나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본다. 수용할 것인지, 거절할 것인지, 내 것으로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필요하면 마음 속에 또는 노트에 기록한다.

 

끝으로, 마음으로 듣기(Do)이다. 접수된 지식정보나 지혜를 내 것으로 체화(體化)하기이다. 행동으로 실천하는 일이다. 경청의 최고 미덕은 실행이다. 실천이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낸다.

 

경청의 기술에서 영어 키워드의 머릿글자를 모으면‘듣다(hear)'의 과거형 H.E.A.R.D.가 된다.

 

경청(輕聽) 말고 경청(敬聽) 해야 경청(傾聽)이 된다. 입 속에서 말을 적게 풀어내고, 귀 속에다 말을 많이 담아야 한다. 아라비아에는 ‘듣고 있으면 내가 이득(지혜)을 얻고, 말하고 있으면 남이 이득(지식)을 얻는다.’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좋은 의견은 주인이 없다. 모든 사람이 주인이다. 네 것도 내 것도 아닌 우리의 것이다.

 

/김태석 용인교육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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