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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 일간지에 실린 ‘穀(곡식 곡)소리 남의 일 아니다’ 라는 기사처럼 전 세계가 식량을 놓고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사료용 등 곡물소비가 증가하면서 국제곡물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40% 이상 폭등하였으며, 식량부족에 따른 소요사태에 자극을 받은 세계 각국이 안보적 차원의 식량 확보에 혈안이다.

 

인간 생존의 필수품인 식량은 고대사회의 국가 성립과 패망을 좌우하는 주요한 요소로, 때론 국민통치와 신흥세력 견제, 상대국 압박의 수단으로도 이용되어 왔다.

 

B.C. 436년, 최초의 식량위기가 고대 이집트와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이래, 인류는 19세기 초까지 만성적인 기근에 시달려 왔으나 농경기술의 발전으로 겨우 식량부족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지만 19세기 중반 이후에도 아일랜드, 중국, 인도 등에서는 가뭄, 홍수, 병해, 전쟁 등으로 식량이 부족하여 고통 받았으며, 20세기에는 아프리카의 식량부족이 고착화되면서 현재까지 세계적인 식량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세계적인 기상이변과 신흥개발국의 육류소비 증가로 곡물수요가 많아져 2008년과 2011년에 걸쳐 두 차례의 식량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식량위기는 인구증가와 사료·바이오에너지용 곡물의 소비 증가, 기상재해에 따른 작황부진, 식량안보 차원의 수출제한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 게다가 투기자본의 가세와 식량분배의 불평등 문제까지 식량위기를 부채질하는 형국이다.

 

물론 식량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비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곡물위기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농업투자와 신품종·신기술의 개발로 식량공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주곡인 쌀만 자급할 뿐 가축먹이인 사료를 포함하면 곡물자급률이 27% 수준에 불과하다. 전체 곡물의 3/4가량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수입곡물의 대부분을 특정국가와 회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인 식량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다가올 수 있는 식량위기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국내 곡물생산을 최대한 늘려 곡물자급률을 높이면서 해외생산과 도입 등으로 곡물자주율을 동시에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식량과 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 공감대도 형성해 나가야 한다. 특히 ‘낙관론’에서 조차도 기술개발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상이변과 세계적인 식량생산 감소에 대비하여 연구개발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전혜경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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