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글씨를 잘 쓰거나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을 보면 참 부럽다. 나 자신이 글씨도 못쓰고 그림은 더더구나 잘 그리지 못해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아마 타고난 능력이 있어 그럴테지’하며 자위한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글씨를 잘 쓰던 친구들은 성격이 차분했던 것같다. 그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뒤 구도를 잡고 서서히 색깔을 입혀 나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저런 책을 뒤적이다 왕희지 등 글씨명인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이름만 들어도 잘 아는 명인들의 글씨 잘 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이었는데, 글씨를 잘 쓰려면 우선 마음가짐(一要心正)을 올바로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겸재 정선의 그림에 대한 책을 읽을 때에도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 문사철(文史哲), 즉 인문학의 기본이 바로 되어 있어야 한다.’는 의외의 내용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머리 속에 있는 기본으로서의 인문학이 화가의 손을 통해 올바른 그림으로 승화되는 모양이다. 중국의 화풍을 벗어버리고 우리만의 진경산수화가 탄생되는 초석이 바로 인문학이라는 점이 자랑스럽다.
글씨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차분하게 마음을 가지려면 수양이 필요할 것이고 수양을 하려면 ‘눈만 감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글이나 책을 통해 옛 성현들의 가르침을 마음속에 집어넣어야 가능할 것이다. 그들의 정신세계를 접하고 내 것으로 소화시킨 뒤 또 다른 나를 창조하기 위한 자양분으로 삼자는 것이다. 그렇게 올바른 마음이 싹트게 될 때 비로소 손에 붓을 잡고 열심히 노력해야(手熟) 좋은 글씨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타고난 능력’ 때문에 글씨를 잘 쓸 것이라 생각했던 내가 큰 잘못을 한 셈이다. 어릴 적 글씨를 잘 쓰던 친구들도 어떤 모양새이든 맑은 마음을 갖고 부단히 노력을 하는, 즉 심정과 수숙의 과정을 거친 셈이다. 어디 글씨 뿐이랴! 심정과 수숙, 우리 모두가 가슴 깊이 새기고 매사에 임했으면 좋겠다.
무엇이든 ‘하면 된다.’는 생각도 중요하겠지만 우선 눈을 감고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한다. 좀 더 차분하게 생각한 뒤 붓이나 연필을 잡는다면 보다 나은 나, 보다 나은 우리 나아가 보다 나은 우리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 주변의 모든 사회경제적 문제가 눈 앞의 이익을 탐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의 부족 때문인데 올바른 마음가짐의 부재가 그 원인일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차분하게 맑고 올바른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해 보자. 심정(心正)! 모든 것의 기본이라 생각된다.
최영한 파주웅지세무대학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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