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에 발목 잡힌 민주노동당

지난 4일 진보신당에 이어 25일 열린 민주노동당 당대회는 국민참여당과의 대중적 진보정당건설을 부결시켰다. 가결을 위해서는 787명의 재석 대의원 중 3분의 2 이상인 525명 이상이 찬성해야하는데, 510명의 찬성에 그쳐 부결됐다. 결국 민주노동당은 64.8%의 찬성을 얻고도 의결정족수에 미달해 참여당과의 통합이 부결됐다.

 

민주노동당의 주류와 지도부가 참여당과의 통합을 적극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부결된 주된 원인은 민주노총의 분열을 우려한 일부 세력 때문이다. 25일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노동당과 참여당의 통합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와 충돌한다. 배타적 지지 없는 당과 함께 할 수 있는지 판단해 달라’고 하면서 사실상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했다. 권영길 의원 역시 ‘민주노총을 분열시켜서도 안 되고, 민주노총을 흔들어서도 안 된다. 참여당과 선통합이 이루어지면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는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하면서 격렬하게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민주노동당에는 배타적 지지단체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일정한 단체가 결의를 통해 오로지 한 정당을 지지하겠다고 하고, 그 정당이 이를 수락해 성립되는 제도이다. 배타적 지지를 받는 정당은 일정 비율의 대의원과 중앙당직을 배타적 지지단체에 배분한다. 현재 민주노동당에는 배타적 지지단체로서 민주노총, 전국농민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민주노총이 조직이나 자금 측면에서 제일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노동자, 농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합이나 정당이 있어야 한다. 노동자, 농민도 우리 국민의 일부이고, 국가경제 전체의 틀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어야 한다. 진보적 대중정당의 통합과 건설(정확히는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권영길 의원이나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등 일부 세력은 민주노총이 분열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이유로 내걸고 있다. 민주노총의 분열을 우려해 진보정당의 통합을 반대하는 것이 옳은가. 물론 그들은 참여당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집권시기에 노동자를 탄압한 참여정부의 인사들이 참여당에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기도 한다.

 

과연 그들이 진정으로 노동자의 이익을 위해서 지금 행동하고 있는가. 진정으로 노동자의 이익을 위해서는 지금,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은 그동안 그랬듯이 앞으로도 계속하여 소수자 전략만을 펼칠 것인가. 참여정부에 비해 MB 정부에 들어서 노동자, 농민의 삶이 더 나아졌는가.

 

민주노총에 소속된 노동자들과 민주노동당의 당원들 절대 다수가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추석을 전후해 안철수라는 바람을 맞았고, 지금도 박원순을 통해 그 바람을 맞고 있다. 이러한 바람은 국민들이 새로운 비전을 바라는 것이고, 기성 정당에 대한 변화의 욕구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 비전과 변화는 비단 한나라당과 민주당에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고, 진보진영의 정당들에게도 요구되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찾지 못하는 비전과 변화를 대중적 진보정당에서 찾고자 하는 국민들의 요구가 강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그리고 민주노총은 절대 다수의 당원들과 조합원들, 그리고 국민들의 요구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변화의 바람을 거스르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조직의 작은 이익을 위해서 진정으로 보호할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85호 크레인에서 9개월 가까이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김진숙을 살릴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진보, 개혁세력이 집권하는 것이다.

 

가장 유효하고, 가장 중요한 복지는 반복지세력에 맞서 복지세력이 집권하는 것이다. 복지세력의 집권이야 말로 진정한 복지이듯이 진정으로 노동자, 농민의 생존권을 지키는 것은 진보세력이 집권하는 것이다. 진보세력의 집권을 위해서는 대중적 진보정당의 통합과 건설은 필연적이다. 민주노총은 더 이상 민주노동당의 발목을 잡지 말고 진정으로 노동자의 생존권을 수호하기 위해 어떠한 길을 선택하여야 하는 것인지를 깊이 성찰해 주기를 바란다.

 

조성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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