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생들은 중간고사를 보는 기간이다. 이천 지역에 있는 J중학교의 시험 때 풍경이 이채롭다. 이 학교 선생님들은 아이들보다 먼저 출근해 시험공부에 지쳐 얼굴을 찡그린 아이들을 안아주고 쓰다듬고 초콜릿도 나누어 주면서 격려를 한다. 시험 때면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선생님들이 생각해 낸 묘안이다. 이 학교 아이들은 그렇게 선생님의 품 안으로 다가선다.
배움의 출발점은 선생님의 품에 안기면서부터이다. 선생님 품을 벗어난 아이들에게는 아무리 좋은 교육도 허사다. 우울증을 앓는 어머니에게서 상처만 받아 정신적 외상[trauma]을 가진 초등학교 아이가 있었다. 이에 선생님이 왼손으로는 아이를 안고, 오른손으로는 가르쳤다. 아이는 얼마 후 외상을 이기고 정상으로 돌아왔고 기초학력 미달에서도 벗어났다. 스킨십을 통해 선생님의 품을 어머니 품처럼 느꼈기 때문이란다. 시흥의 D초등학교 이야기이다.
이것이 ‘나눔, 배움, 돌봄의 책임교육 공동체’라고 하는 혁신학교 키워드의 첫 번째 ‘나눔’의 모습이다.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나누고 정을 나누면서 관계가 형성되고, 이 관계가 배움으로 이어져 창의력, 소통능력과 같은 미래 핵심역량이 길러지는 것이다.
또한, 학교에서는 어떻게 하면 즐거운 배움, 가치 있는 배움이 일어날 수 있게 할 것인가를 가지고 고민한다. 토의·토론학습, 협동학습, 프로젝트 학습, 배움공동체 학습, 성장을 전제로 한 평가 등이 그것이다.
아이들 간 토론학습을 통해 문제 인식능력, 창의력이 생기고, 이에 대한 수업 시간도 신축적이다. 100분, 80분 수업이 있는가 하면 30분짜리 수업도 있다. 학습에서 방치되거나 소외되는 아이가 생기지 않도록 배려하는 일도 중요하다. 배움이 빠른 아이와 늦은 아이를 한 모둠으로 묶어서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물어보기, 스스로 해 보기, 내가 알게 된 것을 남에게 전달하기(즉 가르치기) 등의 경험을 누적시키면서 아이들은 배움의 즐거움과 배움을 통해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도 느끼게 된다. 앎이 삶을 가치 있게 하고 앎으로써 진실해지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학교의 실험들은 점차 다른 학교들로 퍼져 나가고 있다. 양주의 J중학교 선생님 중에는 명예퇴직을 하려고 준비했던 선생님들이 있었단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교육을 알고 나서 명예퇴직을 철회했단다. 그런 교육이라면 정년퇴임을 하는 그날까지 교단에 서겠다는 것이다. 그 선생님들 파이팅이다.
김국회 수원교육지원청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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