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쭈꾸미 집 주인은 예순 다섯 살 아줌마다. 단골 손님들에게 험한 욕을 잘해서 욕쟁이 아줌마로 소문이 나있다. 주인 아줌마 한테 욕을 먹으면서도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찾아가는 곳이다. 욕쟁이 주인 아줌마가 밉지가 않다. 인심 좋은 시골 아낙네를 만나러 가는 기분이다. 음식 맛도 좋지만 넉넉한 아줌마 인심이 더욱 좋다. 술을 즐겨하지 않는 필자는 한 2년만에 후배들과 찾아간 곳이다. 주인 아줌마는 반갑게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날도 역시 “이 XX야 어디갔다가 이제 오는 거야 자주 오면 안 되냐? 이 XX야” 라고 민망할 정도로 욕을 해댄다. “장사는 잘 하고 계신가? 맨날 욕만 하니까 손님들이 왔다가 그냥 돌아가겠지 뭐.” 주인 아줌마를 향해서 맞장구를 쳐보지만 소용이 없다. 더 심한 욕을 얻어 먹는다. 그래도 밉지가 않다. 그렇지만 함께 간 후배들은 영문도 모르고 욕쟁이 아줌마의 독설에 황당해 하는 눈치였다.
“욕쟁이 아줌마! 오늘은 손님도 없으니 함께 음식을 먹으며 살아온 얘기 좀 나누면 어떨까요?”라며 점잖게 제안을 하였더니, 갑자기 순한 양의 모습이 되어 이야기를 털어 놓기 시작했다. 욕쟁이 아줌마는 포장마차 등 온갖 고생을 다하며 여섯 남매를 키우셨는데, 지금은 자식들이 모두 결혼을 하였다고 한다. 쭈꾸미 집을 그만하라는 자식들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욕쟁이 아줌마는 여전히 고집을 피우고 계시다는 것이다. 그것은 고집이 아니라 체력이 다 하는 날까지 돈을 벌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9년 동안 남 모르게 도와주고 있는 자식 아닌 이웃이 있었던 까닭이다. 지하 단칸방에 홀로 살면서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중증 장애인을 보살펴 주고 있었다. 가족이 있었지만 버려두고 떠난지 벌써 9년이 되었단다. 사정이 이쯤 되면 포기할 수도 있었을텐데, 욕쟁이 아줌마는 변함없이 쭈꾸미 요리를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올해 마흔 살이 된 그가 더 오래 살 수는 없을 것 같기에 마음 아프다는 욕쟁이 아줌마. “내가 돈을 벌지 않으면, 매월 삭월세 27만원에다가 쌀과 반찬은 누가 장만해주느냐”며 눈시울을 붉히셨다. 대부분 어른들 어린시절이 가난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욕쟁이 아줌마의 어린시절은 더 그러했다고 한다. 그래서 내 자식들에게는 가난을 대물림해서는 안 되겠다며 남 모르는 눈물을 흘리면서 여섯 남매를 키웠다는 것이다. 이제 죽어도 한이 없다는 욕쟁이 아줌마의 마지막 욕심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작은 사랑 나눔을 묵묵히 실천하는 부끄럽지 않은 이웃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욕쟁이 아줌마는 분명 우리들 모두의 수호천사이고 지식인들에게 아름다운 삶이 무엇인가를 가르쳐주는 인생의 안내자였다.
우리 사회에서 위급상황에 방치되고 있는 홀몸노인들은 얼마이며 저승길에 갈 때도 혼자인 노인들은 얼마이던가. 지방자치단체별로 노인돌봄 기본서비스 사업을 통해 홀몸노인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지만 갑작스런 노인들의 건강악화와 위급상황에는 속수무책인 것이 우리 사회안전망의 현실이 아닌가. 이웃의 따스한 손길이 늘 필요한 장애인들은 또한 그 얼마이던가. 욕쟁이 아줌마처럼 장애인들을 돌보며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일에 우리들 실천행동의 모습은 너무도 초라한 것이 아닌가.
요즈음 사회복지비의 증가로 인하여 지방재정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야단법석이다. 고령화와 사회양극화 현상으로 복지수요가 급증하면서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예산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지방재정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제는 매칭펀드 방식으로 운영되는 사회복지사업은 정부 책임 하에 시행해야 한다. 적어도 노인, 장애인, 아동 관련 복지사업은 완전한 국고보조사업으로 전환해야한다. 그리하여 욕쟁이 아줌마께서 돌보는 중증장애인도 지자체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으며 살아갈 수 있길 소망하는 오늘 아침이다.
이청연 인천광역시자원봉사센터 회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