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은 경찰의 날이었다. 1945년 10월21일에 미 군정청 산하 경무국 창설에 맞추어 제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경찰의 날에 같이 기쁨을 나눠야 하겠지만, 정작 경찰의 노고에 대해서는 함께 이야기 나눈 기억이 거의 없는 듯 하다.
경찰은 엄청난 심리적 및 신체적 스트레스를 받는다. 경찰은 ‘동료가 다치는 것’, ‘피가 흥건한 범죄 현장에 머물러 있는 것’, ‘말이 통하지 않는 피의자를 조사하는 것’ 등과 같은 직무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는 심리적 불안이나 분노로 연결될 수 있다. 공분을 일으키는 범죄자를 수사하면서 자신의 내면적 분노를 억누르면서 조사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신체적 고충도 많다. 범죄현장에서 입는 상처나 주취폭력자에 의한 폭행을 고스란히 몸으로 견뎌내야 한다. 한 여경은 주취자에 의해 귀가 물리기도 했다. 음주운전 단속을 하다가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과도한 민원으로 심리적 탈진을 경험할 때도 있다. 국민의 수사에 대한 심리는 불안이다. 그래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 언제 결정이 나느냐? 다른 방법은 없느냐?’ 등, 이미 확인한 사항에 대해서 계속 확인하고 싶어 한다. 경찰은 처리하는 여러 가지 업무가 있는데, 자세한 내용을 반복해서 알아보려고 하고, 또 확인하는 사람들의 전화 응대나 민원 응대 때문에 지칠 때가 있다.
국민의 높은 기대치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다. 모든 것이 잘되고 있는 시기나 기쁜 날에 경찰을 보러가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인생의 최악의 날에 경찰을 보러가게 된다. 심리적으로 약한 상태에서 도움을 청하다보면, 경찰에게 모든 것을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시민의 기대치-정중하고, 친절하며, 자신의 편이 되어주는 언행과 태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경찰의 일상적 행동을 용납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자살 사건의 가족은 충격에 빠져 경찰서에 오지만, 경찰이 일상적으로 대하면, 크게 화를 내는 일 같은 것이다.
이처럼 경찰이 받는 스트레스가 다양하고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이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은 개별 경찰관이 “알아서” 극복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범죄현장에서 사체를 보는 것이 얼마만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야기하겠는가. 급여를 받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기에는 요구하는 것이 너무 많다.
이제는 이를 더 이상 개인의 자제력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관리와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스트레스 속에 일을 하고 있는 경찰을 위해 정부나 사회 및 국민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찰의 업무 스트레스에 대한 이해, 경찰 사명감과 의미에 대한 고찰, 업무를 통한 보람의 창출, 경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홍보 등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전문적인 상담과 조력 프로그램을 통해 경찰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나아가 전문능력의 배양과 인성의 균형잡힌 성장을 촉진하도록 해야 한다. 경찰의 고단함을 이해하고, 지원하려는 시민과 단체의 노력도 필요하다. 프로그램의 실행을 위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지원 또한 매우 중요하다.
경찰은 국민과 밀접하게 일상생활에서 접촉하고 있는 존재이다. 아침에 출근할 때 교통을 통제하기도 하고, 범인을 잡으며, 피해자 지원을 하기도 한다. 국민과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경찰의 행위에 대한 피드백도 즉각적으로 이루어진다. 즉, 경찰과의 만남은 개인의 만남이 아니라 경찰 전체의 이미지로 연결되며, 나아가 사법적 행위에 대한 인식을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경찰 혹은 개별 경찰에게 더욱 좋은 서비스를 하라고 요구만 할 것이 아니다. 개별 경찰관의 자질 향상을 위한 교육을 제공하고, 국민이 사법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찰은 심리적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초석이기 때문이다.
차명호 평택교육대학원장 한국학습상담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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