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사전 예방이 최선이다

요즈음 유럽 국가들의 재정문제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물론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실물경제활동도 부진해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약화됐다. 이들 국가의 신용등급이 잇달아 강등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3년 전에 겪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세계경제가 연이어 위기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97년의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경험한 바와 같이 위기가 일단 발생한 뒤에는 이를 수습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 부실화된 금융기관 구제 뿐 아니라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실업자나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 그리고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재정자금이 투입되고 그 결과 국가채무가 눈덩이처럼 늘어난다. 또한 경기회복을 위한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 확대 과정에서 물가와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부작용도 나타난다. 이러한 사후 수습이 또 다른 위기를 부르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경제위기의 사후 수습에 드는 비용을 줄이려면 조기경보시스템 등을 활용하여 위기의 징후를 신속하게 포착하고 이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 즉 빨리 호미로 막아 나중에 가래로 막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위기의 징후를 조기에 탐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설사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도 개인이나 기업에 비해 거시경제변수를 조절하는 국가경제 차원에서 이에 신속히 대응하는 것은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위기의 징후가 반드시 위기의 발생으로 이어질지 불확실하므로 정책적 대응 여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게다가 정책적 대응이 당초 의도한 효과를 나타내는 데는 시차가 있고 의도하지 않았던 부작용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난데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는데 이는 달리 말하면 위기의 징후를 조기에 탐지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가계의 부채 뿐 아니라 금융자산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가계대출 연체율이 아직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나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또 가계부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다든지 유동성을 축소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수지와 금융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이러한 점에서 경제위기는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암은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지만 아예 걸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듯 말이다. 그렇다면 경제위기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암을 사전에 예방하려면 과식과 과음 자제,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관리, 긍정적인 마음가짐 등을 통해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경제위기도 경제의 기초여건이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예방이 가능하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는 경제성장세가 잠재성장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지속가능한 수준을 유지하고, 물가는 우리 경제의 기초여건에 부합되게 설정된 물가안정목표의 범위를 중심으로 안정세를 보여야 하며, 국제수지가 균형 또는 경상수지 중심으로 적정 수준의 흑자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금융과 재정 측면에서는 개별 금융기관의 경영건전성과 함께 가계, 기업, 공공 등의 부채가 시장의 신뢰가 지속될 수 있는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일반적으로 경제가 성장할수록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게 되므로 이에 대응ㅎ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 개혁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사실 누구나 아는 원론적인 이야기다. 그런데 과식과 과음 자제,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관리, 긍정적인 마음가짐 등 원론적인 건강유지 방법의 실천이 쉽지 않듯이 경제와 금융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수많은 경제위기가 반복됐던 것이다. 이번에 한국은행이 통화신용정책 수행에 있어 물가안정을 도모함과 함께 금융안정에도 유의하도록 한국은행법이 개정됐다.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 경제위기 예방의 충분조건은 아니겠지만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는 점에서 한국은행은 법에 의해 맡겨진 책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윤면식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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