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감수성

한국에서 40년을 넘게 근무한 일본인 모모세 타다시가 쓴 책에 ‘한국이 죽어도 일본을 못 따라잡는 18가지 이유’가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일본인의 눈으로 한국 사회와 경제의 부정적인 면을 꼬집어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켰었다. 그는 또 얼마 전에 ‘여러분 참 답답하시죠?’를 써서 우리를 또다시 부끄럽게 했다.

 

‘여러분 참 답답하시죠?’는 한국이 경제적으로는 세계 10위권임에도 선뜻 선진국이라고 하기 어려운 이유를 예를 들어가며 실증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한국 사회의 ‘품격의 모자람’을 지적한다. 품격이 모자라기 때문에 ‘기업이 탈세와 변칙을 일삼고, 고통받는 어린이와 고용이 불안한 청년, 가난한 노인이 많으며, 일부 사람들만 부를 독점’한다. 이렇게 품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한국은 선진국일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 ‘도가니’는 어떠한가. 광주광역시 인화학교 교직원들의 장애 학생 성폭행 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충격적인 내용 때문에 답답함을 넘어 우리를 분노케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이런 분노에 넘쳤던 적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8세 여아를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 때도, 혜진·예슬이 사건 때도 온 국민은 분노하지 않았던가!

 

이러한 현상을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 문제로 치환시켜 보자. 인권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가장 일상적이고 기본적인 삶의 조건이다. 인권의 개념은 ‘모든 생명체들의 존재와 삶에 대한 예의’라 하여 그 적용 범위가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인권 감수성이란 이러한 인권에 대한 민감성, 반인권적 행위에 대한 거부 의지를 뜻한다. 인권 감수성이 예민해야 사회 정의가 확립된다. 남을 존중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내가 가진 것을 남과 나누는 일도 인권 감수성의 발로가 아닐까.

 

그러면 무엇이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메마르게 하고 있을까. 지나친 경쟁에서 비롯된 피로감이 아닐까? 과도한 경쟁 때문에 사회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가정교육이 어려운 빈곤층이 확대되고 소외당하고 방치되는 아이들이 늘어난다. 그 아이들은 무관심하고 지쳐 있고 화를 잘 낸다. 아이들의 꿈까지도 양극화되고 있다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교육이 나서야 한다. 누구나 방치됨이 없이 최상의 교육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 혁신교육이 추구하는 공공성의 이념이다. 인권친화적 학교문화를 만들어 누구나 존중받고 인정받는 교육을 하자는 것이 교권보호헌장과 학생인권조례의 취지이다. 앞으로 이러한 노력을 강화해서 인권 감수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나가야 한다.

김국회 수원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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